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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선생님은 몇 등급 교사입니까..
사회

선생님은 몇 등급 교사입니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7/28 00:00 수정 2006.07.28 00:00

물건을 고르다 보면 등급이 정해져 있는 것이 보인다. 그처럼 교사들에게도 등급을 매길 수 있을까? 만약, 아이들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선생님은 몇 등급 교사입니까?”

온 세상이 ‘남과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강조하는 바람에 학교에서 교사들이 걱정과 불안에 빠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 제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도 세상은 교육에서도 서로 경쟁해야만 교육이 잘될 수 있다고 하면서 경쟁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교육의 문제를 경제논리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학교현장을 강자만이 살아남는 동물의 세계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교사들의 성과급 차등 지급과 교원평가가 그러한 것들이다. 일반 기업들이 성과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여 경쟁을 유도하여 보다 많은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이 교육에서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의 결과는 즉시적이지 않은 것이고, 그 효과는 먼 훗날에 나타날 수도 있고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의 특성을 무시하고 교육의 성과를 등급으로 매길 수 있다는 발상은 교사들을 비인간적으로 만들고 교육의 본질에서 한참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말에 학교는 술렁이고 있다. 교육의 결과에 대한 평가에 모두가 동의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을 수도 없는 일인데, 상품처럼 등급을 매기겠다니 참 어이가 없다. 이 소식을 듣고 동료 교사들에게 물어보니, 차라리 받지 않고 반납하겠다,  성과급을 수당으로 전환해야 한다, 주는 대로 받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지만, 자신이 받을 등급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돈 주겠다는데 싫다 할 사람이 있겠는가마는 교사들에게 성과급을 차등해서 지급하는 것은 단순히 돈 몇 푼의 문제가 아니다. 거기다 모든 공무원들에게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데 교사들도 공무원인데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말에는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실, ‘교사들이 더 나은 교육을 위해 경쟁해야 한다는 말이나 교원평가나 교원 성과급 차등 지급’은 ‘교사들이 교육을 위해 더 노력하라’고 하는 말과 동의어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학부모를 비롯한 사회 구성원들이 이러한 것을 찬성하면서 교사들에게 말하는 것은 교사들이 교육을 위해 더 노력하라는 말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말이나 제도가 과연 진정으로 교사들이 교육을 위해 노력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든다.

교사의 자질 향상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다. 바닷가의 조약돌이 그렇듯이 세월에 깎이고 다듬어져 비로소 자연스러운 제 모양을 갖듯이 교사도 그렇게 만들어진다.

인자하고 여유로우며 정말 아이들을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선배 선생님들에게서 그것을 깨달을 수 있다. 교원평가나 교원성과급 차등지급이 교사를 교사답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교사를 기르는 것은 교사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하는 일이다.

유병준 교사 (남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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