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93호로 지정된 신기ㆍ북정고분군은 북정동 697번지에 위치한 신라시대로 추정되는 대형 무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특히 무덤들 가운데 부부총(夫婦塚)은 1920년 일제에 의해 발굴ㆍ조사되어 800여점의 유물이 일본에 유출되어 현재 일본 동경국립박물관에 전시ㆍ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지난 1990년 동아대 박물관이 이미 일본인과 도굴꾼들에 의해 파헤쳐진 고분군 일대를 조사하던 가운데 금조총(金鳥塚)을 발견, 1천3백여점의 유물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봉분이 사라진 산 윗자락까지 조사를 거듭한 끝에 얻은 행운이었다. 발굴팀은 금조총 조사로 신라 왕족무덤에서도 보기 드문 금동관과 순금귀고리, 순금팔찌 등을 찾아 5~6세기 신라시대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신기ㆍ북정고분군의 비밀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신기ㆍ북정고분군은 김유신 장군의 아버지인 김서현 장군이 양산출신이라는 점에서 신라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었지만 문헌상 확인된 바는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발굴조사 결과 과거 신라와 가야의 접경지대인 양산이 가야 문화권의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는 단초를 마련했다. 두 무덤에서 출토된 금동관, 금제장식품을 비롯한 화려한 유물은 경주지방의 대형 무덤에서 나오는 유물과 비슷하다. 부부총의 경우는 추가장으로 남편이 5세기 중반 이후에 먼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출토 유물로 볼 때, 무덤의 주인공은 신라의 중앙정부와 깊은 관련이 있는 사람이거나 또는 그 친족에 해당하는 인물로 추측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