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선거기간 중에는 향우회, 종친회, 동문회 등이 금지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연고주의’ 부정적 인식을 넘어우리나라 사람들은 옛부터 자신의 뿌리와 공동체를 중요시 하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혈연, 지연, 학연 등이 사람들의 사회적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를 바탕으로 한 단체의 활동이 부정적으로 전개될 경우 그 파장 역시 대단하다.
하지만 향우회를 비롯한 이들 단체가 부정적인 역할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가족적, 지역적 친밀성을 사회로 승화시키는 데 기여함은 물론 계층, 계급간의 융화와 공동체의 신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즉, 연고주의로 뭉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고 상호 신뢰가 있으며, 절차와 시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공동 운명체적인 성격이 강해 결단을 내릴 때도 유리하고, 개인적 득실을 따지지 않는 헌신의 강도도 훨씬 높다. 생활 적응 길라잡이로서의 향우회
향우회의 사전적 의미는 ‘객지에서 고향 친구나 고향이 같은 사람끼리 친목을 위해 가지는 모임’이다. 양산에 있는 대부분의 향우회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고향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향수를 달래거나 회원들 간 결속을 다지기 위해 체육대회나 등산대회 등의 활동을 한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이런 활동들은 친목도모라는 본래의 역할을 뛰어넘어 양산으로 이주해온 고향사람들이 쉽게 바뀐 환경에 적응 할 수 있도록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울러 향우회는 계층 간의 벽을 허무는 역할도 한다. 여기서는 누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느 위치에 있든지 그 속에서는 모두가 ‘형’, ‘동생’이다.
모든 격식과 편견이 없어지는 향우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그들의 고향과 제2의 고향인 양산과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때 지역 간 상생의 길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연고에 근거한 향우회의 구성은 공동체적 삶에서 불가피할 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안정과 지속을 정당화하는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친목과 화합, 지역사회 이바지 향우회들은 지역 출신들 간의 화합과 친목도모라는 단순한 목표를 넘어 지역사회를 위한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동향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러운 모임을 가지고 여행을 가거나 체육대회를 하는 것은 동향출신들 간의 친목도모라는 기본적인 목표를 위한 것이다. 때로는 여기서 더 나아가 향우회들 간의 화합을 위한 행사를 열기도 하는데, 지난해로 10회째를 맞은 서부경남 4개군 체육대회가 대표적이다. 매년 10월 열리는 이 체육대회는 각 군이 돌아가면서 주최해 산청, 거창, 합천, 함양 등 서부지역 4개 군 향우회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족구, 축구, 줄다리기 등 화합의 자리를 마련한다. 지난해 대회를 주최했던 함양향우회 노흥기 회장은 “처음에는 우승을 위해 티격태격하는 사이였지만 해가 거듭 될수록 서로가 어우러진 모습으로 발전하게 됐다”며 “이제는 양산시민이라면 서부경남 4개군 체육대회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말로 향우회 간의 끈끈한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또한 각 지역 향우회는 지난 2003년 도민체전이 열릴 당시 고향 팀의 서포터즈 역할을 하며, 음식을 제공하고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등 대회의 원활한 진행에도 큰 역할을 했다.이처럼 향우회들은 향우회원들 간의 결속을 바탕으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향우회 활동은 타향 생활로 고단한 이들에게는 생활의 활력소”라며 “고향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지역발전에도 밑거름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의 고향과 양산을 이어주는 튼튼한 연결고리 역할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