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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창간특집인터뷰]“정상이 힘들면 산 아래라도 보살펴야재”..
사회

[창간특집인터뷰]“정상이 힘들면 산 아래라도 보살펴야재”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9/01 00:00 수정 2006.09.01 00:00
■ 오봉산 지킴이 장몽돌 할아버지 (2004년 11월 5일, 59호)

괭이 하나 낫 하나
등산길 고르기 20여년

“내 나이가 88이라 지금도 팔팔하재”
지금도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오봉산을 오르는 장몽돌(88)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오봉산 지킴이’로 날마다 새벽녘부터 수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오봉산 등산길을 가꾸어왔다. 그러기를 20여년.

사실 산길을 고르는 일을 시작한 것은 수대째 물금 동중마을에 살아온 토박이로 할아버지 당신도 그냥 20여년 전부터 시작해온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렵던 시절 나무를 하러 산에 오른 젊은 날부터 사람들을 위해 등산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일을 시작한 터라 20여년의 세월이 할아버지가 ‘오봉산 지킴이’로 살아온 전부는 아니다.

아직도 팔팔하다며 환한 미소를 보이고 있지만 가는 세월은 어두운 귀를 할아버지에게 남겨주어 대화가 쉽지는 않다.

셋째 아들 장성찬(54)씨와 함께 물금 동중마을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는 6남매를 둔 자식 부자다.

아들 장씨는 “지난해 등산길 풀을 베다 더위를 심하게 타셨는지 1개월 가량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며 하루 하루 늙어가는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할아버지는 지난해 더위에 몸을 상하시고 제일 좋아하시던 맥주를 1년간 끊으셨단다. 다행히 몸이 회복되어 요즘엔 하루 1병씩 맥주를 아껴가며 즐기신다는 할아버지.
“예전에는 정상까지 손쉽게 오르내렸는데 이제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산 아래 체육공원까지만 가고 말재”

할아버지는 부쩍 약해진 체력으로 산 정상에 오르기가 힘들다며 안타까워 하면서도 산길 고르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아직 하루에 턱걸이 대여섯번은 끄덕 없어”
나이 먹어 가는 일이 서러운 일임에도 당신을 바라보는 자식과 동네 이웃들에게 걱정 사지 않기 위해 노익장을 과시하는 할아버지.

좁은 어깨 너머로 보이는 오봉산이 또 다른 자식인양 넉넉한 미소로 화답하는 할아버지 모습에서 양산이 보다 넉넉한 도시로 갈 수 있는 희망을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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