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리는 그릇의 대가 ‘도예가(陶藝家)’라는 명칭은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릇을 만드는 기능과 도자기에 대한 연구와 이론이 겸비된 즉, 도자기를 올바로 이해하는 사람만이 비로소 얻을 수 있는 명칭이다. 우리 고장에도 혼과 얼을 담아 손가락이 아닌 마음으로 도자기를 빗는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도예가 신한균 선생이다. 그는 일제 감정기에 출생해 전쟁과 혼란의 시기를 거치면서도 오로지 사발에만 매달려 국내 도예계의 일인자 자리에 오른 신정희 선생의 아들이다. 가족보다 도자기가 우선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였으니 태어난 그 순간 도예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말이 과장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연세대학교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던 그는 1989년부터 일본 동경동급미술화랑에서 매년 도예 개인전을 열고 있고, 이듬해인 1990년부터 한국사발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일본에 있는 우리사발 125점(2003년 현재)을 확인하는 활동을 펼쳤다. 1993년에는 한국공예대전 동상을 수상했고 1996년에는 함경도 회령유약을 국내 최초로 재현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1년에는 일본 NHK에서 신한균 작도과정을 일본전역에 생중계하기도.그는 또 지난해 ‘사기장 신한균의 한국사발 이야기’를 출간해 우리 그릇의 뿌리 찾기에 열정을 바치고 있다. 이 책은 대부분의 인문·예술 분야의 책이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과 달리 출간 10개월이 안된 시점에서 1만권 이상이 팔리는 등 돌풍을 일으켰으며, 일본 도예계의 요청으로 일본어로도 번역될 예정이다. “전승도예는 한국인의 마음으로 만들어지고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예술입니다. 그러기에 그 내면에는 한국인의 얼이 스며있고, 보이지 않는 따뜻한 숨결이 있습니다. 이런 숨결과 얼을 전승도예의 앞날에 끊이지 않고 흘러가야 할 것입니다”단지 그릇쟁이가 아니라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는 그의 삶은 단지 보기만 하는 도자기가 아닌 생활 속에서 사용하면서 사용자가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도자기를 만드는 것으로 스스로 부여한 과제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