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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창간특집인터뷰]“생명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사회

[창간특집인터뷰]“생명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9/01 00:00 수정 2006.09.01 00:00
■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

도롱뇽 소송 판결 이후
열린 공간 ‘초록’ 개설

유량 측정 계속, 도롱뇽 소송 과정 정리, 기록

지난 3년여간 ‘지율’이라는 이름은 환경과 개발이라는 가치의 충돌 사이에서 한시도 빠지지 않았다.

지난 6월 대법원이 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구간에 대한 공사착공금지가처분신청, 일명 ‘도롱뇽 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이 내린 뒤 잠시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진 이름, 지율.

지율 스님은 최근 부산교대 근처에 가정집을 수리해 ‘열린 공간-초록’이라는 쉼터를 만들었다. 식당으로 사용해온 집을 개조한 ‘초록’은 도룡농 소송이 끝나고 난 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던 지율 스님의 바람이 이루어진 결과다.

지율은 ‘초록’에 대해 말하면서 먼저 “규모나 형식이 아닌 내용을 채우는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관리자를 별도로 두지 않는 ‘초록’에서는 찾는 이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이웃 주민들의 반상회도 열고, 아이들이 편하게 책을 읽고 쉴 수 있는 일부터 시민단체들이 회의를 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초록’은 모든 방향으로 열려 있다.

2년 8개월 동안 진행해 온 도룡농 소송은 비단 양산에 있는 천성산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새로운 고민을 대변하는 사건이었다.

물론 지율 스님은 그 고민의 가장 앞자리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 뜻하지 않은 오해의 말들로 한 비구니의 상처도 커져갔다.

오랜 단식으로 쇠약해진 몸을 추스르면서 지난 5월 기자에게 던진 첫 마디가 “아픔과 잘 사귀었다”는 말이었다. 세상 모든 것과 소통하고자 하는 종교인으로서, 생활인으로서 지율의 심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인 셈이다.

지율 스님이 연 ‘열린 공간-초록’은 자연과 사람, 삼라만상 모든 것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지율 스님은 ‘초록’을 만들고 경북 영덕에 마련해둔 거처를 오가며 ‘도롱뇽 소송’에 대한 과정을 정리한 뒤 세상에 알릴 계획이다.

천성산 뿐만 아니라 백두대간 모든 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자연이 결국 우리에게 또 다른 소식을 시도할 것이라는 믿음이 지율 스님에게는 남아 있다.

“불편한 것은 비참한 것이 아니다”
지율 스님은 환경과 생태에 대한 고민이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과정에서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다소의 불편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구도의 길 위에서 ‘소통’이라는 가치를 부여쥔 이 작은 승려는 한국 사회에 새로운 미래를 가늠하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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