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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창간특집인터뷰]53년만의 귀향, 그 이후..
사회

[창간특집인터뷰]53년만의 귀향, 그 이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9/01 00:00 수정 2006.09.01 00:00
■ 탈북 국군용사 이재학 옹 (2003년 10월 11일, 7호)

살기 좋은 남한이 북한보다 노인 복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돈이 있는 사람은 지내기 편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비참하기 그지 없다는 것이 북에서 넘어온 노병의 말이다.

전향 거부하다
3년전 팔순 나이로 탈북

3년전 6.25전쟁 당시 중공군에 포로가 된 뒤 전향을 거부해 북한에서 국군포로로 살아오다 팔순의 나이로 탈북해 53년만에 육군 하사로 전역식을 가져 화제가 된 이재학(83) 옹.

지금은 남한에 남아 있던 아들 이부건(57) 전 시의원과 함께 탈출 당시 극박했던 상황을 뒤로 하고 평안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노환으로 인해 몸이 약해진 나머지 울산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병환이 있어 직접 인터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3년간 이 옹의 한국살이를 이 전 시의원을 통해 들어보았다. 

아들 이 전 시의원은 “병도 병이지만 3년전 함께 탈북을 시도했지만 중국에서 체포되어 북으로 송환된 딸의 안부가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며 부친의 안부를 묻는 기자에게 이 옹의 근황을 전했다.

이 옹은 27세 나이로 1950년 12월 5일 입대해 전투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003년 탈북 직전에 생존 사실이 가족들에게 전해졌다.

무사히 탈북이 이루어져 가족의 품으로 안긴 이 옹은 고향에 돌아와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아들 이 전 시의원은 “탈북 환영식 때 한바탕 요란을 떨고 난 이후에 안부조차 묻는 사람이 드물다”며 서운함을 표시했다.

매년 6.25와 현충일이 돌아오면 호국의식을 되살리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정비해야 한다는 구호가 넘치지만 정작 50여년 동안 전향을 거부해온 유공자인 부친에 대해 관련 보훈단체에서조차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이 전 시의원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잠시 반짝하는 관심보다 꾸준한 관심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관련 보훈단체 지도자나 지자체 지도자들이 1년 한 번 정도라도 안부를 물어보는 배려도 없어 아쉽다는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 옹은 경로당을 들르고는 깜짝 놀랐다는 말을 이 전 시의원은 전한다. 살기 좋은 남한이 북한보다 노인 복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돈이 있는 사람은 지내기 편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비참하기 그지 없다는 것이 북에서 넘어온 노병의 말이다.

또한 남한에서 인심이 각박한 현실에 부딪칠 때 마다 목숨을 걸고 넘어온 고향 땅이 세월에 변해버린 것을 안타까워하곤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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