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와 교육이 어떻게 관련되고 FTA 협상에 따른 교육개방이 우리 교육에, 우리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말하려면 정말 많은 얘기가 필요하다. 거두절미하고 간단히 말하면 두 가지이다. FTA에 의한 강제적인 교육 개방 조치와 현 정부가 자발적으로 취하는 개방과 교육시장화 조치이다. 우선 자발적인 교육시장화 조치만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학교의 학원화 정책인 방과 후 학교, 교육의 독점적 제공자인 국가의 의무를 버리고 싶어 하는 공영형 혁신학교, 차별화를 통한 양극화 교육인 국제학교, 대한민국 1%의 부유층 자녀를 위한 자립형 사립고, 교육학의 기초도 모른 채 획일화와 교육기회의 균등성을 구분 못 하는 평준화 해체 시도, 교직 사회의 자본적 경쟁을 유도하는 차등성과급 확대 시도, 전세계적인 교육 실패를 보면서도 교원통제만을 노리는 교원평가 강행 시도…. 이렇게 열거하고 보니 교육이 이미 장사하는 '시장'이 된 듯 해 씁쓸하다. 이쯤 되고 보면 FTA가 교육에 미치는 악영향 정도는 이미 자발적 교육시장화에 의해 진행될 만큼 진행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국도 FTA 의제 선정에 있어, 우리 나라의 초중등 교육 개방의 요구가 없다. 그럴 수밖에. 이미 개방할 만큼 개방했으니 더 이상 할 게 뭐 있겠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요구하는 분야가 있다. 테스팅서비스(Testing service) 시장의 개방이다. 즉 평가를 시장에 내놓으라는 것이다. 토익과 같은 시험이 바로 테스팅서비스이다. 토익을 주관하는 미국의 회사들이 영어에 환장하는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있으며, 얼마나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한번쯤 토익 시험을 본 사람이면 금방 알 수가 있을 것이다. 토익의 더 큰 문제점은 우리나라 고등영어교육 내용까지도 피드백하고 자기네 입맛대로 재편한다는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평가의 목적에 의해 교육과정이 피드백되고, 재편되고, 교육되기 때문이다. 미국협상대표인 웬디 커틀러는 분명하게 말한다. 'SAT 등 테스팅서비스의 시장 접근에는 관심이 있다'고. SAT는 미국의 수능시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국의 요구대로 테스팅서비스가 개방된다면 교육부의 수능 시험 입찰공고가 나면 교육과정평가원 뿐만 아니라 대성, 종로, 중앙 등의 수능사설모의고사를 제공하는 업체들과 더불어 미국에 본사를 둔 SAT까지 입찰에 응하게 될 것이다.평가가 교육과정을 지배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SAT와 같은 테스팅서비스의 개방은 한국 교육과정의 독자성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돈도 돈이지만 교육과정의 종속의 폐해는 상상하는 것조차 힘들다. 교육은 시장이 아니며, 교육은 성공을 위한 경쟁적 도구가 아니다. 교육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적인 욕구이며 권리이다. 교육을 효율성이라는 측면으로만 접근한다면 교육은 한 순간 교육이 아니게 된다. 교육을 교육으로 보는 눈으로 교육개방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본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