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비의 단아함을 본 딴 듯 간결한 춤사위로 각광받는 양산사찰학춤이 도 지정 무형문화재 추진 과정에서 전수 후보자 선정을 놓고 갈등이 발생해 지역 문화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시와 문화원에 따르면 지역문화계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양산사찰학춤 도 무형문화재 지정 추진 과정에서 전수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해 무형문화재 신청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산사찰학춤 전승보유자인 김덕명(82)씨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노력은 10여년간 지역문화인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도 문화재심위원회에서 양산사찰학춤이 동래학춤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1996년, 2003년 두 차례 불가판정을 받았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지역문화계 일각에서는 동래학춤과 분명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양산사찰학춤이 연거푸 탈락한 것은 문화재심위원회 구성이 동래학춤과 가까운 부산인사들로 구성된 것이 걸림돌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다행히 이번에 새롭게 구성된 문화재심의위에 경남출신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되면서 양산사찰학춤 도 무형문화재 지정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김씨와 일부 제자들 간에 후보자 선정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결국 문화재 지정 신청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김씨는 현재 제자인 최찬수(42)씨가 자신을 후보자로 선정하기 위해 양산사찰학춤을 문화원학춤으로 왜곡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최씨가 양산사찰학춤 문화재 지정을 위해 조사한 내용이 자신의 신상을 불법으로 조사해 인권침해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최씨는 현재 이 일에 대한 경고장과 관련 자료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다. 이에 대해 최씨는 스승의 문화재 지정을 위해 노력한 일일 뿐이며 양산사찰학춤 후보자 결정을 놓고 스승과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 맡고 있는 국악협회 지부장, 문화원 양산사찰학춤 강습 등 관련 직책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전승 후보자를 놓고 발생한 갈등이 단순히 사제 간의 갈등으로 정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현재 울산에서 학춤을 전수하고 있는 혈육을 후보자로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최씨를 지지하는 측은 양산사찰학춤이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양산 문화 발전의 기틀로 이어져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제간의 갈등을 넘어 도 지정 무형문화재의 명분을 놓고 양측 지지자들이 이견을 보인 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지난 6일 문화원은 문제 해결을 위한 공청회를 마련했지만 김씨를 지지하는 인사들이 불참한 가운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도 문화재 지정의 유리한 상황을 앞두고도 지역 문화계의 의견이 갈리면서 양산사찰학춤 도 지정문화재 추진은 헛걸음질을 하고 있다. 이번 지역문화계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 오는 삽량문화축전 개막 무대로 마련한 학춤 집단군무의 실현 역시 불투명한 상태여서 이번 갈등이 시민들에게 양산사찰학춤에 대한 인식이 '제 밥그릇 찾기'로 굳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