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이 좋은 계절에 양산시민신문사가 세 살 생일잔치를 가졌습니다. 그것도 지난 4일 유래 없이 시내 한 호프집에서 창간 3주년 행사를 가졌습니다. 행사장이 웬 호프집이냐 하겠습니다. 흔히 행사란 게 대개가 어리어리한 장소에 기관 단체장들만 잔뜩 모십니다. 그리곤 정치인이 태반인 그들의 대동소이한 아부성 인사 말 만 주저리주저리 이어집니다. 주체 측 또한 자화자찬만 늘어놓습니다. 그러고 나면 시중에서 기관단체장들이 몇 명이나 참석했는지를 잣대로 그 언론사의 위상을 가늠하곤 하지요. 언젠가 형은 ‘지면은 독자의 것’이라 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신문사의 주인 또한 독자가 아닙니까. 그래서 이번 창간행사는 독자들을 위한 자리로 마련했습니다. 물론 본사도 이번 창간식에 기관단체장들을 모시긴 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몇 가지 점에서 기존 행사와는 달랐습니다. 우선 행사 장소가 술집이란 거, 혹자는 먹고 살만한가 보군 했을 겁니다. 우리는 관형화된 틀에서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편안하게 술 한 배 나누는 열린 공간, 다시 말해 광장에서 독자들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듣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는 언론사에서 독자들을 모시는 행사는 흔치 않습니다. 신문사의 주인은 독자라고 하면서도 일간지 행사를 보면 평범한 독자들은 없이 그들만의 잔치를 엽니다. 양산시민신문은 생존하는 근간인 독자들, 광고주들에게 일일이 참석해 주십사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 한편으론 판은 벌였으나 참석자가 얼마나 될지 우려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예상과는 달리 많은 독자님들이 기꺼이 다리품을 내 주셨습니다. 그리고 주민들 불편을 전달하는 생활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다. 세상이 각박하니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미담 기사가 많아져야 한다. 국가적 의제, 예를 들면 작통권 환수 같은 굵직굵직한 이슈도 다뤄야 한다는 등 신문사에 대한 바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습니다. 내친 김인지 우리가 소홀히 넘어갔던 오탈자 하나까지 기억했다 지적해 주셨습니다. 또 주변에서 일어나는 취재거리까지 들고 왔으니 정보는 사람 속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그날 독자님들이 신문사에 든 회초리는 흔들림 없이 정론직필을 구사하는 양산시민신문의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형,
양산시민신문은 내년 이 때의 4주년까지 모두 50회 신문을 발행합니다. 그러기 위해 8,760시간, 분으로는 52만5600분을 은행에 예치했습니다. 이렇게 예치한 시간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 깊이 고민합니다. 근본적으로 ‘더 좋은 신문’을 만드는 일에 모든 시간과 열정을 쏟겠습니다. 시민들의 삶터로 달려가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 기쁨과 슬픔, 분노를 생생히 담겠습니다. 소외된 사람들과는 희망을 나눠 갖는 신문이 되겠습니다.흔히 지역신문을 지역의 경전(經傳)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역의 소소한 일에서부터 내일의 커다란 꿈까지 모두 담아내는 것이 바로 지역신문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양산시민신문 역시 양산의 경전이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내일을 보는 정직한 눈’바로 양산시민신문사가 내걸고 있는 구호입니다. 양산은 날로 발전하는 역동적인 도시인 반면 그 방향성을 짐작할 수 없는 불투명함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양산을 바라볼 이 젊은 기자들이 분명 큰 일을 내리라는 믿음이 이번 생일잔치를 경험하며 생긴 믿음입니다. 그 믿음이 우리 독자들에게도 곧은 느낌으로 전달되길 기대해봅니다.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