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의 거리는 참으로 솔직하다. 오늘 또 한통의 부고를 받았다. 그녀가 결혼을 하였고, 아기를 가졌는데,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오늘 그녀가 지상을 떠났다는. 서른넷의 그녀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통지를 받았다. 쓸쓸하다.
강원도 부론면 어디쯤 멀리 가서
서울의 미운 사람들이 그리워졌으면.
옛날 서울을 처음 올 때처럼
보고 싶었던 사람들, 그 이름들
어느새 이렇게 미워지고 늙었다.
다시 진부 어디쯤 멀리 떨어져 살아
미워진 사람들 다시 보고 싶게
시기와 욕심조차 아름다워졌으면.
가뭄 끝에 펑펑 쏟아지는 눈처럼
서울 어느 밤의 특설령처럼
못 견디게 그리운 사랑이 되었으면.
그러나 우린 모두 사라질 것이다.
- 고형렬, 「산머루」 전문
살아가면서 괴로운 것은 분명 사랑보다도 미움이리니, 미워하는 것이 얼마나 처참한 일인가? 미운 놈도 그리워질 먼 곳, 어디쯤일까? 미워하면서, 미움을 견디면서 그렇게 살다가, 내리 붓는 눈처럼, 꼼짝 못하게 발을 묶는 폭설 같은 사랑을 꿈꾸다가, 그렇게 살다가 우리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쓸쓸하다."그러나 우린 모두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니 더 쓸쓸해진다.
그러나 말이다. 미워하더라도, 죽도록 미워하더라도, 사랑하더라도, 미치도록 사랑하더라도, 그러나 우린 모두 사라질 것이다라고,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 우리라고 말하니 더 쓸쓸해진다.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김춘수, 「가을 저녁의 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