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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밥 먹기와 교육..
사회

<교단일기>밥 먹기와 교육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9/15 00:00 수정 2006.09.15 00:00

급식소에서 밥을 먹다 마주 앉은 선배 선생님의 밥그릇을 보니 밥풀 하나 남기시는 것 없이 깨끗하다. 수도승 같다. 탐욕스럽지 않고 단정한 몸가짐에 밥을 먹는 일도 수양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 뒤로 음식에 욕심을 내지 않고 경건한 몸가짐으로 밥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요즘 학교에서는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을 새롭게 느끼고 이를 실천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학교의 열악한 급식소 환경은 이러한 노력의 효과를 제대로 거두게 하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일찍 밥을 먹어야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는 아이들은 종이 치자마자 줄달음을 칠 수밖에 없다.

좁은 급식소에서 옆 사람의 말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모두는 빨리 밥을 먹어야 한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사람 수에 비해 급식소가 협소하고 좌석이 모자라니 애초에 밥상머리 교육이란 쉽지가 않다. 이렇게 모두가 너무 바쁘다.

가정에서는 어떨까? 식구들 모두가 함께 밥상머리에 앉아 밥을 먹는 때가 얼마나 될까? 아이들에게 슬쩍 물었더니 모두 바빠서 그런 때가 별로 없다고 한다.

어떤 아이들은 아버지와 함께 밥을 먹으면 불안하고 소화가 안 된다는 말까지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어쩌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여러 가지 훈계를 듣고 꾸중을 듣는 것이 싫어서란다.

살기 위해 먹는다고 했으니 밥을 먹는 일은 참 중요한 일이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효과도 대단할 것이다. 예절교육과 도덕교육은 물론이고 세대 간 이해와 공감의 확대는 아이들을 살찌게 할 터이니 이보다 더 나은 인성교육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지식 교육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런 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너무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는 비난에는 할 말이 없음을 느낀다.

교육에 대해 말이 많다. 투자한 것에 비해 얻는 효과가 너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우수한 교사가 많이 없고 교사들이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더 많다. 숫자로 나타나는 결과만을 두고 교육이 큰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선진국의 사례를 들며 우리도 그와 같이 따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매일 언론이 보도하는 교육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오늘은 또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하게 된다.

지식 경쟁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인성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진다고들 많은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지만 실제적 노력은 쉽지 않다. 학교 급식 문제를 다루면서 급식 개선이나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거기에 인성교육의 가능성도 생각했으면 한다.

밥 먹기는 교육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니 밥을 먹는 일에서 자연스럽게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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