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연합, "진정성 보여달라" 판단 유보5.31 지방선거 과정에서 시장 후보 공천을 놓고 분열 양상을 보여 온 한나라당과 지역 인사들의 갈등이 봉합 수순을 밟을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 한나라당 양산시당원협의회(위원장 김양수)가 지방선거 공천을 반대하며 결성된 양산시민연합을 상대로 선관위에 고발한 사건을 취하하는 결정을 내린 것. 또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시민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최종 정리하면서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26일 한나라당 양산시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양수 국회의원은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지난 선거 과정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당원협의회 이름으로 제기된 모든 고소ㆍ고발건을 취하한다"고 밝혔다.
■배경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특히 시장후보 공천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홍에 빠졌다. 유력한 공천대상자로 지목되어온 오근섭 현 시장이 공천심사위 국회의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소위 '서화로비사건'이 불거지면서 전격 탈당하자 공천을 신청한 5명의 예비후보자를 상대로 공천심의를 벌인 가운데 윤장우 후보로 최종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나머지 4명의 예비후보자들이 국회의원의 밀실 공천을 주장하며, 지지자들과 집단 탈당하면서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갈등은 지난 5월 6일 한나라당 공천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창립한 '양산시민연합'이 오근섭 후보를 시장후보로 내세우면서 극에 달했다. 한나라당은 시민연합을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했으며, 시민연합 역시 한나라당의 공천은 국회의원에 의한 밀실, 편파 공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선거 이후 오시장이 1만2천여표차로 당선되면서 지역에서 양측의 화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갈등이 쉽게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던 가운데 한나라당의 고발 취하가 이루어진 것이다.
■전망
한나라당이 일단 지방선거 공천과정의 잘못을 일부 시인하면서 화해의 손짓을 보낸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선거 이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던 지역 여론을 회복하는 가능성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형사재판은 고소ㆍ고발을 취하했다고 해서 재판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진행 중인 재판 결과가 화해 분위기 조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시민연합측은 기자회견 다음날 공식입장을 전하면서 김의원이 "결자해지의 심정을 표명한데 대해 원칙적인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사전에 시민대통합을 위한 아무런 교감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에 입장 표명을 한 것이 '정치적인 쇼'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드러냈다. 시민연합은 "지역구 주민을 고발한 국회의원으로 진정한 자기반성이 없다"며 "이번 기자회견이 기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김의원의 향후 행보를 주시할 것이며 만약 진정한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발휘하지 않을 때는 자제해온 퇴진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그동안 쌓인 불신의 깊이를 드러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고발을 취하한다는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재판 결과가 시민연합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 날 경우 한나라당이 먼저 화해의 손짓을 보낸 이상 화합을 요구하는 지역 여론을 마냥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