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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데스크칼럼]농노들을 위해 알몸으로 나섰던 ‘고다버’..
사회

[데스크칼럼]농노들을 위해 알몸으로 나섰던 ‘고다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9/29 00:00 수정 2006.09.29 00:00

지방선거 공천으로 인해 한나라당과 양산시민연합으로 갈려 꽁꽁 얼어붙었던 지역 정가에 해빙 조짐이 일고 있다. 선거 이 후 두 진영 간 대립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자 그동안 시민들의 우려가 컸었다. 그런 참에 늦게나마 민초들의 여론을 인식해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이런 화해의 물꼬는 김양수 국회의원이 텄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지난 선거 과정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당원협의회 이름으로 제기된 모든 고소, 고발을 취하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산시민연합과 오근섭 시장의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도 내겠다고 밝혔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다 체면이란 게 있다. 더구나 나이가 들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그 체면이란 것에 더 집착하게 되는 게 세상사다. 

그러므로 이번 기자회견을 두고 김 의원의 고민도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번 선거에서 자신이 지원했던 시장 후보의 패배, 공천 결과로 인해 한 솥밥을 먹던 식구들 상당수가 자신에게 등을 돌린 형국까지 겹쳐 흔히 말하는 자존심과 체면에 큰 손상을 입었다. 그럼에도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성과 함께 지역공동체 화합이란 대의명분에 복무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에 양산시민연합에서도 김 의원의 기지회견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성명서는 일단 기자회견 내용은 환영한다면서도 삽량문화제와 한가위를 앞둔 시점, 갑작스럽게 이뤄진 점 등을 들어 정치적 행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담고 있다.

그러자 김 의원의 기자 회견을 동기로 모처럼 지역 정가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했던 시민들은 저윽이 실망하는 눈치다.

사실 선량한 우리 시민들은 이런 두 진영의 다툼에는 별 관심이 없다. 다만 지역을 리더해가야 하는 두 정치 지도자로 대표되는 집단들의 갈등이 결국은 애꿎은 시민들에게만 피해를 입힐 게 자명한 상황이 걱정스러울 뿐이다. 

그러므로 두 진영에 시민들의 이름으로 고언을 전한다.
양산시민연합의 지적처럼 갈등의 단초가 됐던 지자체 선거가 끝난 지 한참 지난 터라 김 의원의 결자해지는 늦은 감이 있다. 이런 연유로 시민연합은 김 의원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는 구석이 있다. 따라서 원활한 양산시정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좀 더 헌신적으로 수행해 내며 지역민과의 교감 또한 지속적으로 이어갈 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던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양산시민연합 또한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인식은 상대를 벼랑위로 모는 격이므로 먼저 서로를 인정하는 열린 시각으로 공존을 모색하는 슬기로움을 발휘하기 바란다.

11세기경 잉글랜드 영주의 아내였던 고다버. 고다버는 남편이 농노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받자 세금을 낮출 것을 부탁했다. 그러자 남편은 ‘네가 진정으로 농노들을 위한다면 알몸으로 말을 타고 영지를 한 바퀴 돌면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신분이 높은 영주의 아내요 부족한 것 아쉬울 것 하나 없는지라 감히 농노들이 자신의 알몸을 쳐다보는 수치스러움에 동네를 돌지 못할 것이란 남편의 계산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몸으로 말에 올라 영지를 돌았다.

그러자 영주의 부인이 자신들을 위해 알몸으로 영지를 돈다는 사실을 안 농노들은 감동하여 문과 창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내려 고다버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때 고다버의 나이는 겨우 열여섯 살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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