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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장래 희망
사회

장래 희망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09/29 00:00 수정 2006.09.29 00:00

 "원아, 너 나중에 뭐 되고 싶니? 장래 희망 생각해 놓은 것 있지?"
 "전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뭘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전에는 뭐였는데?"
 "반도체 과학자였는데 아무래도 수학에 그렇게 재능이 있는 것 같지 않아서 인문계 선택하기로 했잖아요. 그러고 나서는 뭘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직업이나 진로 소개하는 책 같은 것 있으면 가져와 봐요"
 "응, 그럴게"
 "그런데 아버지는 고등학교 때 꿈이 뭐였어요? ……. 웃지만 말고 말해 봐요. 희망이 없었어요?"
 "왜, 있었지"
 "?"
 "그때 소설 읽는 것 너무 좋아해서 책 실컷 읽을 수 있는 일을 했으면 했어. 일에 짓눌리지 않으면서. 그때 우리나라 도시에 아파트가 한창 들어설 때였는데 아파트 경비가 되고 싶었어. 아파트 경비하면 책 얼마든지 읽을 수 있을 줄 알았어. 고등학생으로서 너무 소박했나"
 "하하하, 아버지, 아파트 경비는 좀 나이 많이 들어서 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선생님이 되었어요?"
 "예전에 우연히 집안 정리를 하다 초, 중, 고 통지표를 봤더니 거기에는 장래희망이 교사, 공무원, 작가 이렇게 쓰여 있더라. 아파트 경비는 아마 불쑥 한 번 생각해 봤던 거였겠지 뭐. 아니면 솔직하게 쓰는 게 부끄러웠거나"
 
 학교에서 저녁 시간에 학부모를 모시고 진로에 대한 설명회를 했다. 학생들이 아닌 학부모 앞에 서는 일이라 신경을 제법 많이 썼다. 꼼꼼히 챙기기를 여러 날 했다. 하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앞에 서고 보니 참석한 학부모 가운데 이 자료를 그대로 설명했을 때 들을 필요가 있는 사람이 반에 반도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료 대부분이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 참석한 대부분의 학부모에게는 그리 깊이 적용될 것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야기의 반 이상을 아이들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과 공부를 잘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 역시 같은 학부모인 입장이라 체험을 섞어 이야기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제 전국연합 학력평가를 보고 난 다음 저녁을 먹고 다른 선생님들과 맥주집에 갔다가 10년 전에 졸업한 학생 어머니를 만났다. 서울에서도 상위권 대학의 인기학과를 졸업하고 군대까지 다녀 온 아들이 올해 수능 시험을 보기위해 원서를 냈다고 하며 한숨을 쉰다.  아들이 서울에서 대학 다닐 때는 모든 것을 다 얻은 듯 일에도 신명이 나서 힘든 줄 몰랐는데 취직 관문에서 이렇게 애를 먹인다고 한다.
 
 한번 옛집을 떠나온 지 / 꼭 십년이 되었건만, / 돌아와 보니 소나무 국화꽃 / 반은 그대로 있네. // 원림(園林)에서 살자던 맹약 / 어찌 저버릴 수 있을까. / 흙먼지에 머리 숙이던 일 / 다만 자신이 가엾을 뿐이지. // 지나는 길에 고향 마을 잠깐 들르니 / 꿈에 온 것 같고, /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나 / 몸이 성하니 다행스럽네. // 어느 때 구름이 서리는 / 산봉우리 아래 집을 짓고서 / 시냇물에 차 끓여 마시고, 돌을 베개로 단잠 자려나.
 一別家山恰十年 / 歸來松菊半脩然 / 林泉有約那堪負 / 塵土低頭只自憐 / 鄕里?過如夢到 /干戈未息幸身全 / 何時結屋雲峰下 / 汲間烹茶枕石面
     응우옌 짜이의 '亂後到崑山感作'전문

지천명(知天命)은 못해도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소이부답심자한(笑而不答心自閑)'의 경지가 어렴풋이나마 느껴지고 '난후에 곤산에 이르러 감회 있어 적다(亂後到崑山感作)'가 진심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이런 삶도 있으니 참고하라고 아들에나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는다. 상위권 대학과 취직 잘 된다는 학과를 이야기하고 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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