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빨리빨리
사회

빨리빨리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10/13 00:00 수정 2006.10.13 00:00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빨리 배우는 말이 ‘안녕하세요?’고 다음이 ‘빨리빨리’라고 한다.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지 않았는데도 우르르 그 앞으로 몰려가고, 자판기에선 커피가 다 채워지지 않았는데도 손을 넣어 종이컵을 꺼내려 한다. 자장면이 맛없는 것은 용서해도 늦는 것은 용서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모습이라고 한다.

‘빨리빨리’문화는 양은 냄비처럼 빨리 끓고 식는 것에 빗대 냄비 근성 이라고도 말한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며 서두르는 바람에 적잖은 폐단도 낳았다.

‘가장 빠르고, 가장 저렴하게’ 건설됐다고 자랑하던 경부고속도로는 유지·보수비가 공사비의 몇 배를 넘는 공사로 드러나면서 ‘빨리빨리’후유증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됐고, 90년대에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그 불명예를 이어받기도 했다. ‘빨리빨리’문화는 날림과 통하면서 대표적 한국병으로 꼽혔으며 ‘망국병’이라고도 했다.

‘빨리빨리’의 부정적인 이야기도 많지만, 반면 이것 때문에 한국이 발전했다고도 한다.
세계는 지금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데 한국인의 속도감은 훌륭한 경쟁력이 되며 세계가 두려워할 정도라 한다.

세계가 놀라는 초고속 통신망의 발전을 가져온 결정적 배경도 여기에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고속통신망을 이용하려고 이사했다는 한 한국 회사원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이와같은 요구에 호응하여 전국 가구의 80%에 초고속 통신망이 깔렸다.

미국이나 일본은 하자가 있으면 결제라인을 밟아 문제를 풀어간다. 하지만 한국 연구원들은 기다림을 참지 못한다.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생산라인에서 직접 실험하고 당장 답을 찾아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

‘빨리빨리’는 한국 문화의 부정적인 대명사가 되었지만 또다시 생각해보면 발전적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부정적으로 사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지만, 긍정적으로 사용되면 엄청난 자산이 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품들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자. 그리고 긍정적으로 적용하자. 창조적인 에너지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