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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나는 오로지 사랑하겠다
사회

나는 오로지 사랑하겠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10/13 00:00 수정 2006.10.13 00:00

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먼지와 소음과 욕지기가 어지러운 일상으로의 복귀. 그러나 다들 무사히 돌아와서 먼지와 소음을 일으키는 낡은 얼굴들이 얼마나 정다우냐.

중간고사 시험과목인 두꺼운 <간디 자서전>을 옆구리에 낀 녀석들의 얼굴이 정답다. 시험문제가 까다로우면 간디를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미워할 것이라고 엄살을 떠는 아이들이다. 행복하다.

간디. 부드러운 힘으로 세상을 움직인 사람.

그 한 사람의 힘. 나를 짓밟은 사람에게 주먹을 날리는 것이 아니라 악수를 청하는 자의 힘을 너희들이 알게 될 날이 있으리라.

흑백 사진 속의 간디. 진정한 공동체의 이상을 실현하려한 성자(聖子)는 야윈 몸으로 물레를 돌리고 있다.

변호사였던 간디는 이렇게 쓰고 있다.
"나는 법의 진정한 활용을 배웠다. 또한 인간성의 선한 면을 찾아내는 길을 배웠고, 인간의 심정 속에 들어가는 길도 배웠다. 나는 법률인의 진정한 역할은 서로 갈라선 양쪽을 화합시키는 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교훈은 도저히 지워질 수 없이 내 속에 낙인이 찍힌 것이었으므로, 나의 변호사로서의 20년간의 대부분은 수백 건의 사건을 화해시키는 데 쓰였다. 그로써 내가 손해 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돈으로도 그렇지만 내 영혼으로는 더구나 그렇다.(<간디자서전> 중에서)"라고
 
 그대들은 싸워라.
 신이 거세된 믿음을 위해
 사람은 배제된 사상을 위해
 마음껏 싸우거라.
 
 나는 이 女子와 사랑하겠다.
 언제 총알에 부서질지 모른
   다
 서로의 몸에 역병이 든 것을
   안다
 그래서, 싸워야 하는가.
 
 살아 있으니 사랑하겠고
 사랑하니 살아야겠다.
 지붕이 날아간 어느 집에서
 난 이 女子를 가슴에 안겠다,
   몸을 섞겠다.
 
 그대들은 싸워라,
 마음껏 싸워보아라.
 나는 오로지 사랑하겠다.
 -이지우, <사랑하겠다> 전문

 
젊은 시를 읽는 즐거움. 스물세 살의 청년이 쓴 이 시는 싱싱하고 건강하다.

나는 오로지 사랑하겠다고 소리치는 이 기운. 마음껏 싸우라며 가치 없는 싸움에 던지는 냉소. 화자는 여자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지만 이 시는 연애시가 아니다.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이 아니라 '싸움'과 '사랑'을 대립항으로 놓은 시이다.여자를 사랑하듯이 세상을 사랑하겠노라고 젊은 시인은 말하고 있다.그렇게 읽힌다.

지붕이 날아간 어느 집과 같은 이 초라한 삶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사랑뿐이다.

상대를 껴안는, 온몸이 따뜻해오는 사랑.

젊은 너희들아, 성자(聖子)와 같은 사랑은 아니라 하더라도 너희들은 약한 친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말이 느린 친구를 흉내내어서는 안 된다. 홀어머니와 힘들게 살고 있는 친구를 놀려서는 더더구나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너희들이 말하듯 정말 썰렁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오로지 사랑하겠다고만 외쳐라. 싸움은 우리의 몫이 아니라고 외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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