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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선생의 실수
사회

선생의 실수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10/20 00:00 수정 2006.10.20 00:00

며칠 전,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어떤 어르신 한 분이 술을 마신 스님을 호되게 꾸짖는 광경을 보았다.

스님이 술을 마시면 되느냐고 계속 따지면서 스님이면 스님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질책한다. 스님이 야단을 맞는 참 보기 드문 일이다 싶었다. 이 모습을 보며 얼마 전 아이들 앞에서 실수를 한 일이 겹쳐진다.

우리 반에는 도저히 어찌 할 수 없는 지각대장들이 있다. 학년이 시작되고 지금껏 때 맞춰 학교에 온 것은 손가락으로 세어 볼 정도이니 말이다. 녀석들의 버릇을 고치려고 으르고 달래도 보았지만 속 시원한 방법은 없었다. 심지어 어떤 녀석은 매일 아침 집에 전화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날 이 녀석들을 단단히 혼내겠다고 쉬는 시간에 교실로 달려갔다. 왁자지껄한 교실 문을 들어서니 녀석들은 태연히 공놀이를 하고 있다.

자리에 앉아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공을 빼앗아 들었다. 겁을 먹은 아이들은 담임의 다음에 이어질 처벌에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오늘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속으로 단단히 벼르던 참이었는데 긴장한 아이들의 눈빛을 보니 또 풀어진다.

공놀이를 했던 지각대장 녀석을 붙들고 장난을 쳤다. 공을 차는 시늉을 하다가 어이없게도 교실 뒤쪽에 걸어둔 시계로 공이 날아가 버렸다.

억세게 운이 없어 공은 시계를 정확히 맞춰 시계의 유리가 와장창 깨졌다. 이 ! 순간 담임과 아이들의 처지는 역전되고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우~와, 샘이 그럴 수 있습니까? 이거 인터넷에 올립니다.”

“왜 그리 공을 못 찹니까? 제가 가르쳐드릴까요?”

녀석들의 애교어린 놀림에 무안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완전히 선생의 권위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겨우 사태를 수습하고 교무실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한편으로 부끄러웠지만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어 허허 웃어버렸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 이상하게도 지각대장 녀석들의 등교가 빨라지고 교실 분위기가 좋아졌다. 반장을 불러 물었더니, 그 일이 있고 나서 함께 잘 해보자고 얘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선생이라고 아이들 앞에서 늘 엄격하고 근엄한 모습만을 보이려고 하는 것은 너무 경직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엄격함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인간적인 모습의 선생도 보여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가끔 실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니 또 그 일이 떠올라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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