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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햇볕과 바람 그리고 아비의 마음..
사회

햇볕과 바람 그리고 아비의 마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10/20 00:00 수정 2006.10.20 00:00

지난 16일 낮에 학년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난데없이 사이렌 소리가 요란스레 울렸다. 북한 핵실험 이후 불안했던 마음이라 귀순 전투기라도 휴전선을 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렌 소리가 길어지기에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복도로 나왔더니 옆 반 담임인 최 선생이 학년실 옆 창가에 서 있었다.

"웬 사이렌 소리죠? 15일도 아닌데"

"아, 어제는 일요일이라 오늘 민방위 훈련 한다고 아침부터 방송하던데요. 놀랬구나"

"가슴이 철렁했네요. 요즘은 민방위 훈련 한다고 공습경보 같은 것 하지 않더니"

복도 순시를 하던 교감 선생 역시 사이렌 소리로 마음이 좀 이상했던 모양이다.

"아침에 출근하며 라디오로 들었지만 그래도 가슴이 다 철렁하던데"

"큰놈, 작은놈 얼굴이 떠오르데요. 아직 피지도 않았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야 살만큼 살았지만."

"하하, 벌써 살만큼 살았다니. 그럼 난 뭐지?"

"두 놈에 비하면 그렇다는 말이죠"

"하긴, 나도 군에 가 있는 녀석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 하나 / 그 못이 아니었다면 /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중략....
  나희덕의 「못 위의 잠」전문
 
시나 글쓰기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견주기 방식으로 두 개의 장면을 펼쳤다. 말하는 이는 둥지가 비좁아 못 위에 앉아 겨우 밤을 지새는 아비제비의 모습을 올려다보며 기억 속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실직자인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생계를 꾸려가야 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말하는 이는 비애와 아픔, 좌절감을 느꼈을 과거의 아버지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시의 끝 어림에서 어린 시절 뒤따라오던 아버지의 애틋한 그림자를 떠올리는데 그 그림자의 꾸벅거림과 못 위에서 자는 제비의 꾸벅거리는 모습이 겹쳐진다.
 
나는 월급 꼬박꼬박 받아오니 아비제비나 화자의 아버지와는 다르다. 그렇지만 내 삶 이상으로 소중한 것이 자식들의 삶이란 것은 다르지 않다.

한의 핵 실험이 옳고 정당하다는 말도 아니고 또, 현실화 한 것은 무조건 받아들이자는 말도 아니지만 요즘 중앙 일간지를 보다 보면 어느 나라 신문인지 묻고 싶어진다. 바다 건너 있는 일본이나 미국 같은 경우는 힘으로 몰아붙여 일을 해결하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불바다가 되는 것은 한반도이지 자기들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발한 몇 개의 핵탄두와 미사일 정도는 선제공격으로 대부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도 그런 태도를 보여야 할까.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한다. 도둑을 몰아도 도망갈 길은 터주고 몰아야 한다고 했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더구나 인류를 파멸의 재앙으로 몰아갈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을 우리가 그렇게 몰아가서는 안 될 일이다.

초등학교 때 배운 바람과 햇살의 힘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힘으로 밀어붙여 상대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은 30%도 안 된다고 한다. 총체적 난국에 가까운 북한의 숨통을 조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 스스로 주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공멸의 길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막가는 상황, 전쟁은 막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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