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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찾아가는 음악회’에서 양산 문화의 길을 보다..
사회

‘찾아가는 음악회’에서 양산 문화의 길을 보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10/27 00:00 수정 2006.10.27 00:00

남해가 고향인 필자가 양산에 와서 놀란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인구가 23만여명이나 되는 시에서 극장 하나 없냐는 거였다. 물론 이는 영화를 좋아하는 순전히 개인의 기호에서 비롯된 의문이다.

다른 하나는 삽량문화제 전시행사였다. 본지에 연재하고 책으로도 펴낸 ‘문화도시 양산, 그 텃밭을 일구는 사람들’을 읽으며 양산에는 예술가들이 많음을 알긴 했다. 그러나 삽량문화제 전시 행사를 둘러보며 내공이 녹녹치 않은 숨어있는 예술가들도 참 많다는 걸 알았다. 그러면서 이런 자산을 가진 양산시민들을 은근히 부러워했었다.

그런데 전시장 바로 옆에서 열린 노래자랑 등 무대 행사에는 관중이 몰리는 반면, 전시행사는 발길이 뜸했다. 그나마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대부분 그냥 스쳐 지나 갈 뿐 작품을 제대로 들여다본다거나 작가들에게 작품 해설이나 궁금한 것을 묻는 관람객은 보기 힘들었다.

물론 야외라 전문 전시 공간에 못 미치고 전시 기법에 소홀한 관계로 그 좋은 조각, 서예, 그림 등 예술품이 지닌 가치를 떨어뜨린 점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민들은 무대 행사의 열광에 비해 전시 행사에는 무덤덤하기 그지없었다. 작품을 전시한 작가들 중 일부는 아직 대중에게 덜 알려진 그렇기에 오히려 그들의 예술이 제대로 꽃 피울 수 있도록 시민들이 자양분을 제공해야 할 향토 예술가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제공할 자양분이라 해봤자 작품을 열심히 보아주는 작은 관심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본지 기자는 시민들의 무관심을 타박하는 필자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중은 이런 전시회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아 생소하기 때문’이라며 ‘예술가들이 먼저 대중에게 다가 가야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던 차에 이런 두 가지 견해를 다 충족시킨 음악 행사가 열렸다.

‘찾아가는 음악회’

찾아가는 음악회는 합창단, 관악단, 소년소녀합창단으로 구성된 양산시립예술단이 지난 8월, 원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시작해 어곡 주민공원에서 막을 내린 일곱 차례의 공연이었다. 시립예술단은 ‘시민들하고 한번 놀아보자’는 소박한 생각으로 신기천 강변, 학교운동장, 근린공원 등 클래식 공연 여건에 적합하지 않을지라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판을 벌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시민들이 얼마나 올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헌데 영업도 접고 공연장마다 찾아오던 택시 기사 분을 비롯해 태어나 이런 음악회를 처음 본다면서도 너무나 좋아하는 1만5천여명의 시민들이 열렬한 호응을 보내 주더란다. ‘저거끼리 뭐 하노?’하는 반응을 염려했던 것은 ‘니들이 클래식을 알아?’하는 오만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16일 양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성악가 조수미 공연이 열린 날 중앙동 양주공원에서 열린 찾아가는 공연에도 2천여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그렇다고 단순히 대중 수를 두고 찾아가는 공연의 의미를 논하자는 게 아니다. 찾아가는 공연은 ‘먹고 살만하고 배운 사람들이나 즐기는 것’으로 치부되던 클래식을 일반 대중들에게도 ‘내 것’으로 인식시켜주었다.

‘니들이 예술을 알아?’ 가 아니라 ‘권좌’에서 내려올 때 예술은 더 큰 생명력을 얻는 게 아닐까. 내년에는 기업과 복지시설 등 대중에게 한 발 더 다가가겠다는 양산시립예술단, 이런 그들에게서 양산의 문화 르네상스의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

한관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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