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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빗속의 호박꽃 앞에서
사회

빗속의 호박꽃 앞에서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11/03 00:00 수정 2006.11.03 00:00

시험 스트레스가 출산 스트레스와 맞먹는다 한다. 누구나 다 겪는 일이기는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어 치르는 열두 번의 중간, 기말고사를 생각하면 아이들 안쓰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열두 번의 산고(産苦)를 치르는 것만으로 대입 전쟁을 성공적으로 끝내지 못한다. 내신 산고를 이겨 낸 후 수능 시험의 터널을 효과적으로 남보다 앞서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수시1학기, 2학기, 정시라는 전쟁 중 어느 한 싸움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 면접, 논술이라는 낯선 게릴라전도 사양할 수 없다.

2007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이제 두 주일 남았다. 2학년 아이들에게 이제 3학년이나 다를 바 없다고 하면 고개를 주억거린다. 1년, 정말 눈깜짝할사이 같다고 하면 눈빛이 아련해진다. 공부 강요하는 뻔한 소리라고 일부러 무관심해하는 녀석들도 있다.

중간고사 이후 한 주일에 한두 번 당번 아닌 저녁 자율학습 시간에 진로, 진학 상담을 한다. 같이 상담하며 속을 털어 내비춰도 괜찮을 친구 두셋씩 짝을 맞춰 희망대학과 희망학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미리 적어낸 희망대학과 학과를 바탕으로 이야기할 자료를 학과와 직업을 소개하는 책자 두어 권과 인터넷을 통해 뽑은 대학의 모집 요강, 그리고 그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 있는 학과 소개 글을 복사, 프린트하여 먼저 한 번 읽고 아이들에게 자료를 주고 이야기를 나눈다.

일대 일로 하면 속을 잘 내비치지 않던 아이들도 친구들이랑 같이 이야기하면 속으로 더 숨기는 것도 있지만 대개는 훌훌 잘 털어내고 재잘재잘 이야기를 잘 한다. 내가 끼어들 여지를 별로 주지 않고 알고 있는 자료를 통해 저희들끼리 정보 교환을 하고 걱정하기도 한다.

왜 거기 가려하느냐 물으면 대개 먹고 살기 위해서라 한다. 취업 더 잘 되는 곳이 있다면 대학, 학과 가리지 않고 갈 수 있다 한다.

하긴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 어딜 가서 뭘 한들 견디고 이해하고 적응하여 나갈 것이다. 현실에 맞는 말이다.

당장은 대학가는 것이 무엇보다 당면한 큰 문제이긴 하지만 대학에 간 다음에 더 넘기 힘든 취업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아이들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라고 노래한 한 시인의 싯구처럼 이 세상에는 자신의 세상이 스스로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라는 걸 모른 채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는 밤이 알이 차고 익으면 두꺼운 밤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 법이나 그 껍질을 깨지 못하고 딱딱한 껍질 속에서 스스로의 벽을 쌓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이러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가 자신의 바다에 싱싱한 고래임을 알고 자신의 딱딱한 껍질을 박차고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열심히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사람임이 한없이 자랑스러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뛰는 것이 사회복지입니다.
- 부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소개 글

(아이들과 진로와 진학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읽은 학과 소개 글인데 한 편의 시와 같이 감동적인 글이라서 시 대신 소개한다.)

태어나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중간고사 대비해서 공부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며 작은놈이 반삭(12밀리 길이로 머리를 짧게 깎음)했다. 삭발투혼(削髮鬪魂). 공부하겠다는 나를 말리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이라 한다.

이렇게 산고를 겪고 전쟁 치르듯 경쟁해서 우리 아이들 얼마나 더 행복해 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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