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에만 있는 것으로 알았던 테마박물관이 양산에도 선보인다. ‘오리’만을 주제로 한 테마박물관이 하북면 삼수리 통도전원주택지구에 자리잡게 된 것. 오리박물관 박상용(46) 관장은 스스로 ‘오리 아빠’라 부르며 15여년간 수집한 애장품들을 전시할 공간을 마련해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박관장은 오리가 예로부터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우리 민족과 오랜 세월 지내온 동물이라며 ‘오리’를 주제로 수집 활동을 벌여온 배경을 설명한다. ----------------------------------군도 25호선을 따라 호젓한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면 하북면 삼수리에 이르러 유럽풍의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하나 둘 늘어서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통도전원주택지구 입구에 한눈에 들어오는 ‘오리박물관’이라는 간판에 이끌려 발길을 돌리면 정원에서부터 건물 안까지 오리 모양의 장신구며 조각품, 공예품들이 가지런히 눈길을 붙잡는다. 박상용관장은 처음 무턱대고 맘에 드는 공예품 등을 수집하다 주제를 가지고 수집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박관장은 남이 하지 않는 것, 우리나라 고유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것,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것, 이 3가지 원칙을 두고 고민하던 차에 ‘오리’라는 주제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결혼을 할 때 신랑, 신부에게 복을 빌어주는 의미로 신랑이 목안(木雁)을 가져가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기러기를 나타내는 목안을 나무를 깎아 만들면서 오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오리는 솟대 위에 달기도 하면서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복스러운 동물이었습니다”박관장은 처음 ‘오리’라는 주제를 정하기 위해 고민하면서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것을 수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모두 2천여점의 오리 관련 수집품과 1천여점의 민속공예품 등이 전시되어 있는 오리박물관에는 흔히 생각하기 쉬운 오리조각품, 문양 외에도 기발한 수집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오리 그림이 새겨진 주화나 기념우표는 물론이고 디즈니랜드에 나오는 도널드덕 캐릭터가 그려진 양철도시락까지...예술품에 조예가 있는 어른부터 아이들의 눈높이까지 모두 맞출 수 있는 수집품들이 2층 전시장을 빼곡히 메우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쟁기, 망치 등 생활 속에서 버려진 소품들을 활용해 오리 형상을 갖춘 100여점의 작품을 직접 만들어 단순한 수집품이 아닌 창의적인 작품을 함께 전시한 것이다.
박관장은 수집을 하면서 간간이 자신의 애장품을 전시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었다는 다른 수집가들의 이야기를 들곤 했다. 하지만 대부분 수도권에 있어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도 어려운 발걸음을 해야 한다며 양산에 박물관을 내게 된 사연을 설명한다. “지역에 볼만 한 문화거리가 없다는 것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느낀 점입니다. 제 박물관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서울에서 우리 박물관을 보기 위해 내려올 사람들을 양산 시민들이 맞이하게 될 겁니다”자신이 오리 수집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 주변 사람들 역시 다니면서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말해주거나 수집품을 구해주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박관장은 한 번은 시골 할머니가 고구마를 캤는데 오리 모양과 닮았다며 보내준 사연도 이야기하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실제 전시실 한 편에는 오리 고구마라고 찍어놓은 사진이 놓여 있다. “돈만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자신을 오리아빠라고 소개하는 박관장은 자신의 수집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지금껏 하던 소방안전설비업을 접고 본격적인 박물관 운영을 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의 놀람이 가장 큰 힘’이라고 전한다. “제가 수집한 것을 보며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박물관이 딱딱한 곳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큰 행복입니다”
박관장은 박물관 운영을 통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수집 활동을 해온 것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길 기대한다. “전국 유일의 오리 테마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이 함께 정보를 나누며 박물관을 키워가는 것이 소망입니다”1층에는 멋들어진 전망과 함께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페를, 2층 전시실 곁에는 아이들이 흥미로운 탁본 체험과 박물관을 둘러본 감상문을 쓸 수 있는 체험실을 갖춘 오리박물관은 양산의 새로운 명소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람문의 389-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