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효암고 강당에서 출판축하 자리 마련 「 지난날 악동들에게 받았던 반성문, 세월 따라 빛바랜 추억만큼이나 누렇게 떴다. 어제는 스승의 날, 우르르 몰려온 제자들과 반성문을 펼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골동품 가치가 있지 싶은데 살래 말래?! 아니면 니 마누라나 자식한테 팔란다!" 농담 어린 협박에 대답 대신 살살 비비며 내미는 술맛이 그만이다. 반성문 1탄 2탄 3탄까지 쓴 왕년의 싸움꾼 명이는 벌써 취했다… 」 이내길의 「쓴맛이 사는 맛」전문평교사 시절 학생들에게 받았던 800여 통의 반성문을 소재로 제자들의 진심과 추억이 담긴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낸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쓴맛이 사는 맛>이란 제목의 이 책은 효암고등학교 이내길 교장이 펴낸 것으로 그가 초ㆍ중ㆍ고교 교사에서 대학강사까지, 공ㆍ사립학교 평교사로 있다가 사립고교 공채 교장을 거치면서 부대꼈던 수많은 사연들을 담고 있다. 이 교장은 이 책을 통해 "원고지는 빛이 바래 누렇게 떴지만 '문제 아이들'의 진심과 추억이 담겨 있는 것 같아 남겨두고 가고자 하는 뜻도 담았다. 사고뭉치 골통들의 이야기. 수필도 아닌 소설도 아닌, 회고록은 더더욱 아닌 글, 형식도 없고 격식도 갖추지 않은 글이지만 반성문을 썼던 그네들이 지금은 더 열심히 살아가기에 이 글의 가치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고 책의 의미를 설명했다. 책에는 모두 42가지 소제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철부지, 천덕꾸러기, 퇴학생, 물총 사건 등 제목만으로도 학생들의 반성문이 연상되는가 하면, 이 교수님, 갈등, 교원노조, 아부지 전상서 등 그의 38년간의 교직 생활과 삶의 철학을 엿보는 듯한 제목도 찾아 볼 수 있다. 이 교장은 군입대도 하지 않은 초등학교 초임 교사 발령 시절 만난 제자들과도 지금까지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제자들과 만나 그 시절을 추억하며 마시는 술 한 잔이 너무 맛있다는 이 교장은 책 속에도 이런 감정을 그대로 담고 있다. "장소가 문제냐, 길바닥에 신문지만 깔아도… 안주는 필요없다. 사람 안주가 최고니. 술판은 변변찮아도 이런 술 맛 누가 알까. 다시 태어나도 선생 할 거냐고 물으면, 물어 보나마나지. 선생이 내 길…"이라는 글귀는 책표지 뒤편에도 새겨 있을 정도이다. 또 투박한 서부경남 사투리와 구수한 욕은 책의 맛을 한결 더 하고 있다. 이 교장은 출판기념회라는 거창한 이름표가 달린 행사가 아닌 '쓴맛이 사는 맛! 이 맛에 한 잔하는 날'이라는 의미로 오는 24일 효암고 강당에서 제자들과 함께 책을 나온 것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