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뫼산약초동우회’라는 재미있는 산행 모임이 있다. 최근 식물도감인 <산속에서 만나는 몸에 좋은 식물 148>을 출판해 주목받고 있는 자칭 산도적놈 솔뫼 선생이 주축이 된 이 모임은 등산이 목적이 아니라 식물과 자연생태를 관찰하고 공부하는 모임이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이면 근교 산으로 떠나는데 11월 산행에 필자가 동행했다. 11일 새벽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가 예사롭지 않아 산행이 취소되지는 않을까싶어 조바심을 내며 약속시간보다 일찍 하북에 자리한 솔뫼산약초농장에 도착했다.솔뫼선생을 제외하면 낯선 사람들이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다들 반갑게 맞이한다. 오늘로 18회째라며 정기산행 소식지를 나눠주는데 목적지인 가지산과 억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진 것이 이색적이다. 날씨 탓인지 산행에 참여한 회원이 많지 않아 두 대의 차로 가지산으로 출발했다. 석남사를 지나 석남터널까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가지산의 가을 풍경은 화려하다. 영남알프스 중 최고봉인 가지산은 해발 1천240m로 밀양 산내면, 울주 상북면, 청도 운문면의 경계에 위치해 있으며 사철 등산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석남터널을 지나 용수골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이상하다. 등산로로 가는 게 아니라 계곡을 타고 가다가 갑자기 길도 없는 곳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런데도 다들 당연한 듯 따라간다. 부산에서 온 김태송씨에게 이유를 물으니 약초나 버섯은 등산로 주변에는 없기때문이란다. 아하! 그렇지! 이 사람들은 등산이 목적이 아니라 식물을 관찰하고 공부하는 것이지.길도 없는 가파른 산을 헥헥 거리며 따라가고 있는데 “여기 와보세요. 공부 합시다” 저만치 앞서 올라가던 솔뫼선생이 뿌리까지 뽑아 올린 작은 식물을 손에 쥔 채 손짓한다. “이게 뭔지 아세요” 여기저기서 이름을 말하지만 모두 틀렸단다. “이건 ‘어수리’라고 합니다. 어린순은 나물이나 쌈으로 먹는데 알싸한 맛이 입맛을 돌게 합니다. 뿌리는 약재로 사용 합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 가다가 다시 모이면 나무며 식물들을 설명한다. “이건 ‘세신’입니다. 족도리풀 이라고도 하지요. 다들 잘 기억해두세요” 이런 식으로 산행을 하다보니 힘들지도 않는다. 2년째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일신씨와 한성모 총무도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이것저것 버섯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예사로운 지식은 아니니 말이다. 2시간쯤 지나 참나무겨우살이에 대한 설명을 끝으로 오늘 공부는 그만하자고 솔뫼선생이 웃으면서 말한다. 하산 길 내내 무심히 지나쳤던 나무와 풀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여, 오늘 산행이 수확이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발행인 김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