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현상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매번 되풀이 되는 고3 수업 파행 운영은 분명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이에 본지는 2회에 걸쳐 수능 이후 고3 수업 운영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대안은 없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해방감에 수업을 외면하고 있는 고3학생들과 이를 묵인하고 있는 학교, 그리고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으로 일관하고 있는 교육부. 이로 인해 고3 교실이 텅텅 비는 ‘수능 이후 교육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양산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 고3 조기귀가 당연시 여겨수능 이후 고3 수업이 파행으로 치달을 것을 우려해 도 교육청은 ‘수능 이후 생활지도·교육과정 운영지침’을 통해 7교시까지 정상 수업을 진행 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양산지역 대부분의 고교가 4교시 오전 수업만 진행하고 조기귀가 하고 있으며, 7교시까지 정상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B고교의 경우도 취재 결과 역시 1시 이전에 모든 수업을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양산지역 B고교의 한 교사는 “7교시까지 강제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더라도 상위권 학생들은 논술준비로 학교 수업은 듣지 않고 중·하위권 학생들은 ‘더는 공부 할 필요가 없다’며 수업을 등한시 한다”며 “차라리 오전 수업으로 끝내고 학생들이 하고 싶어하는 사설학원 수강이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양산지역 A고교의 경우 학생들에게 ‘조기귀가한 이후 일탈행위로 인한 문제 발생시 학부모의 책임’이라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에 학부모 서명을 받아 오게 한 사실도 알려져 교사들의 책임감 부재 논란까지 일고 있다. ‘시간 때우기’식 특별 프로그램단축수업과 함께 또 다른 문제는 특별 프로그램의 부재에 있다. 수업의 정상화를 위해 학교들은 고3을 위한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한다는 계획이지만 다양성이 떨어진 프로그램 일색으로 ‘시간 때우기’로 전락하기 일쑤이다. 게다가 양산지역 일부 학교에서는 이런 프로그램마저도 계획하지 않고 있어 양산지역 고3 학생들은 한 달간그대로 방치된 상태이다. C고교 한 교사는 “특별 프로그램 역시도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이상 금주, 금연, 성교육 관련 비디오 틀어주기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특별강연이나 체험학습을 마련해도 이미 학교에 마음이 떠난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생은 지루하다는 이유로, 교사는 참여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특별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지 않고 있다. 게다가 특별 프로그램은 정상수업일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특별 프로그램 진행은 ‘편법적인 출결처리’로 판단되어 도 교육청의 지도감독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수능 후 특별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는 학교마저도 도 교육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도 교육청 관계자는 “특별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서 수능 이전에 충분히 수업일수를 채워두는 등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교육부 규정과 교육현장 사이에 다소 괴리감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능이 끝나면 표준점수가 한달 후에 발표되기 때문에 이때까지는 정상수업은 커녕 수능점수를 토대로 한 진학상담마저 어려워 사실상 공백상태이다. 따라서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버려진 시간’이 될 수도, 새로운 ‘발견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D고교 한 교사는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춰 12년간 공부만 해온 학생들에게 그동안 못다한 참교육을 가르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며 “교육부나 규정의 틀에 맞춰 학교와 교사들에게 지시만 할 것이 아니라 고3을 위한 의미있는 수업을 개발하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자구의 목소리를 높였다. 엄아현기자 / coffeehof@
조경진 인턴기자 / jokkaeng@
이예슬 인턴기자 / yeaseul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