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모여 사는 곳 큰 나무는
모두 상처가 있었다.
흠 없는 혼이 어디 있으랴?
오늘 입은 마음의 상처,
오후내 저녁내 몸 속에서 진 흘러나와
찐득찐득 그곳을 덮어도 덮어도
아직 채 감싸지 못하고
쑤시는구나.
가만, 내 아들 나이 또래 후배 시인 랭보와 만나
잠시 말 나눠보자.
흠 없는 혼이 어디 있으랴?
-황동규, <오늘 입은 마음의 상처> 전문
스물일곱에 죽은 이상. 윤동주는 스물여덟에 죽었고, 김유정은 아마 스물아홉이었지? 이 숫자들이 불러일으키는 서러움. 개인적으로 시대적으로 견뎌야했을 그들의 아픔.그들 통증의 발성이 다른 영혼들을 치유하는 이 세상의 모순된 이치.
위의 시편에 나오는 랭보, 흔히들 불멸의 천재시인이라 이름 붙이는 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 랭보는 열아홉 살에 시인으로서의 성취를 마무리하고 나머지 16년 동안 세상을 떠돌다 결국 서른일곱에 지상에서의 생을 마감했다.그의 생애를 읽다보면 고통이라는 말이 참 가벼워지기도 한다. 지금 저는 가능한 최대한 방탕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왜냐구요? 시인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라고 그의 스승에게 보낸 편지는 조숙한 십대의 객기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세상이 어찌 천재성만으로 다 견디어낼 수 있는 곳인가. 더더군다나 객기라니.....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느냐고, 세상의 모든 고통을 짊어진 듯한 이 열아홉의 객기.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 같은 이슬비
누가 울어 이 한밤 잊었던 추억인가
멀리 가버린 내 사랑은 돌아올 길 없는데
피가 맺히게 그 누가 울어 울어 검은 눈을 적시나
-배호, <누가 울어> 1절
나는 음치인 그녀에게 배호 선생의 테이프를 보내줄 생각이다퇴근길에 차 안에서 들어보라고. 어쩌면 좀 덜 쓸쓸하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