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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획특집] 유럽문화도시 탐방③- 오스트리아 짤츠부르크 ..
사회

[기획특집] 유럽문화도시 탐방③- 오스트리아 짤츠부르크 / 리히텐슈타인 파두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12/01 00:00 수정 2008.08.19 05:57
모차르트의 고향 ‘짤츠부르크’ 음악제로 지역경제 활성화

휴가지에서도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추세에 맞춰 유럽 도시들은 엄청난 재정 투자를 하면서 경쟁적으로 여름 축제를 열고 있다.

여름 축제의 대부분은 음악제인데 유럽 도시들은 관광객 유치 수준을 넘어 도시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도시마케팅 전략으로 음악제를 활용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고 수준면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음악제가 짤츠부르크 여름 음악제다.
짤츠부르크는 인구 15만의 작은 도시이지만 시내 중심부가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문화도시로 역사적인 건축물과 잘 정리된 거리는 음악의 도시 빈에 못지않은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모차르트, 음악제 마케팅의 핵심

1756년 모차르트가 이곳에서 출생했다. 이후 모차르트는 음악의 도시 짤츠부르크를 규정지은 핵심 요소가 되었다.

거리의 음악 공연 포스트, 초콜릿, 동상 등 거의 모든 것에 모차르트가 등장하고 있어 도시마케팅의 핵심에 모차르트라는 천재 음악가가 자리 잡고 있다.

짤츠부르크 시청에서 관광국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티안 필러(Christ ian Piller) 박사는 “짤츠부르크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모차르트 재단이 있고, 모차르트와 관련된 서적 3만5천권을 소장한 도서관이 있다. 모차르트 관련 연주회가 한 해 수천 개가 열린다”고 한다 .

짤츠부르크 음악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축제이다.

1921년에 시작해서 85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짤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음악 외에도 연극, 오페라, 무용, 미술, 사진을 망라하는 종합예술제 성격으로 진행된다.

축제기간은 5주간이며 모두 200개의 이벤트가 열린다.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전체가 매년 여름 짤츠부르크로 옮겨와서 연주를 하듯 세계적인 지휘자와 연주자가 공연을 하기 때문에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를 한다.

음악제, 1천300여명 고용 창출

처음에는 모차르트 곡만의 축제였던 것이 이제는 프로그램의 폭이 넓어져, 대개 5, 6편의 오페라 공연과 60여종의 음악 연주회, 연극 공연, 발레 공연 등이 올려지는데 하이라이트는 역시 모차르트의 오페라다.

짤츠부르크 여름 음악제는 공연 수준이 매우 높아 입장료가 비싼 편이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도시를 찾게 된다.

오페라와 연극을 보러오는 사람들은 장기 숙박을 하게 되는 손님들이 많다. 이들이 쇼핑과 숙박 및 관광으로 더 많은 돈을 쓰기 때문에 축제가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안내자는 8개의 5성 호텔이 있지만 여름부터 연말까지는 5성 호텔도 방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축제 기간에만 1천300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또 하나 찰즈부르크 음악제가 열리는 공간의 경쟁력이다. 우리가 문화예술회관 등 천편일률적인 실내공간에서 음악제를 여는 데 반해 산을 파서 만든 동굴같은 축제극장, 채석장을 재창조한 오페라공연장, 1077년에 지어진 호헨짤츠부르크 성, 축제가 시작되는 대성당(6천여개의 파이프로 만든 유럽 최대의 파이프 오르간으로 유명), 사운드오브뮤직 촬영장으로 유명한 미라벌 정원 등 실내외 문화유산들이 음악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어 환상적인 분위기와 클래식의 조화가 축제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축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

짤츠부르크 여름 음악제는 성공한 축제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성공한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성공하기 까지의 과정이 중요하다.

우리의 축제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주민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지역 특성을 살린 콘텐츠를 개발해 나가며 민간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자치단체장의 임기는 4년이다. 이 4년 안에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조급증이 예산만 낭비하는 일회성 축제를 양산하면서 도시의 특성을 살린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걸림돌이다.
성공한 축제의 기획과 집행은 거의 모두 민간 전문가가 중심이 되고 행정이 보조하는 시스템으로 추진한다.

짤츠부르크도 예외는 아니다. 위원회는 예술인 출신의 위원장 아래 경영이사와 예술이사를 두고 있으며, 축제와 관련 있는 상공인과 음악인 및 시청에서 참여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음악가를 배출한 도시답게 민간 추진 위원회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 음악제라는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체계를 갖추었다.

휴가는 이제 ‘놀거나 쉬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놀거나 쉬면서 문화를 즐기는’ 추세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이미 정착되었고, 우리의 휴가 패턴도 문화체험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천혜의 자연조건’만 자랑하다간 큰 코 다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치밀한 계획 아래 주민과 행정이 함께 하는 문화 콘텐츠를 자연환경과 결합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이 정치적인 이유로 왜곡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단체장이 바뀌었다고 축제가 바뀌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콘텐츠 개발과 민간역량 강화해야

우리 축제의 역사는 지방자치제와 함께 시작했다. 그러니까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역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도시를 홍보하고 지역주민들을 격려하는 주민축제 성격이 강했다.

시작은 그럴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른다. 지역주민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은 지역의 문화를 가꾸는데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이나 흘러도 거기에 머물러 있다면 문제다.

아직도 주민 축제 성격이 강한 축제가 대부분으로 2~3일 또는 일주일 정도 개최한다.
지역 주민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축제라면 5, 6주가 아니라 일 년 내내라도 계속할 것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우리의 축제가 민간의 참여 없이 자치단체 주도로 많은 예산을 들여서 하기 때문에 장기간 개최하기가 힘들고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전시성 행사가 많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참여하려면 주민에게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내용과 콘텐츠를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추진체계와 형식을 만들어야 한다.

짤츠부르크를 떠나며 문화예술회관 신축이나 막대한 예산을 들인 일회성 축제 개최로 문화행정의 소임을 다 한 것처럼 생각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한관호 기자 / hohan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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