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길을 걷다 보면 불어오는 고소한 냄새가 솔솔 코를 간지른다. 군고구마, 호빵, 군밤과 함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겨울철 국민간식 붕어빵이다. 남부시장에 있는 딸기 붕어빵 가게도 쉴 새 없이 뽀얀 연기를 뿜어내며 바쁘게 붕어들을 찍어내고 있다. 다른 붕어빵가게와 다를 것 없어 보이는 가게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니 붕어빵 봉투에 대충 적어 놓은 글씨 하나가 눈길을 끈다. “주인이 없을 땐 봉투에 담아가세요^^ 7마리 천원. 돈은 돈통에” 양심 붕어빵 가게다. 마음까지 따뜻함이 전해지는 이 가게의 주인공인 강득심(44.신기동. 사진)씨는 “혼자서 가게를 꾸려나가다 보니까 급한 일이 생길 때나 자리를 비울 일이 생각보다 많아 단순히 나 편하자고 시작한거죠”라고 말하며 웃는다.강씨가 자리를 비운 가게에는 주변 상점에서 놀러온 친구가 붕어빵을 굽기도 하고 지나가던 사람이 양심 돈통에 돈을 넣고 붕어빵을 직접 세어 담아가는 보기 드문 모습을 만나게 된다.“처음에는 가게를 봐줄 사람이 없어 시작했던 양심가게가 하면 할수록 재미도 있고, 손님들의 양심을 통해서 내 맘도 여유로워지고 따뜻해지는 걸 보면 내가 더 많은걸 얻는 거 같아요” 자리를 비웠다 돌아오면 줄어든 붕어빵과 그 액수에 꼭 맞게 늘어난 돈통 속의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몇 개가 강씨를 웃음 짓게 한다. 밤이 되어 장사를 마칠 무렵에는 지나가는 연인들이나 학생들에게 남은 붕어빵을 “옛다~ 이거 먹고 연애도 잘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라~”하며 나눠주기도 한다.그렇게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양심만 믿고 내놓으면 장사가 되냐는 질문에 그거 몇 개 준다고 망하겠느냐며 붕어빵 꼬리까지 팥으로 탱탱하게 채우는 강씨에겐 왠지 모를 여유와 푸근함이 느껴진다. 추운 겨울 누군가의 손을 따뜻하게 해주는 붕어빵 장수. 그야말로 사랑의 붕어를 찍어내는 맘씨 좋은 공장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