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이면 거리에는 캐롤송이 울려 퍼지고 가게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될 시기입니다. 일상에 쫓기며 사는 현대인들은 무심히 거리를 울리는 캐롤송, 상점 유리창에 반짝이는 트리를 보고서야 새삼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하곤 합니다. 그러다 구세군 종소리라도 듣게 되면 내심 지갑 걱정을 하면서도 슬며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동전 몇 개라도 자선 냄비에 넣습니다. 그러고 나면 그야말로 보람찬 하루요, 단돈 천 원 한 장 내고도 마치 부자 된 듯한 기분까지 들어 가슴이 뿌듯해지곤 했지요. 그런데 어찌된 게 이맘때쯤이면 영락없이 들려오던 캐롤송, 구세군 종소리를 듣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가게마다 내걸리던 트리도 영 드뭅니다. 경제가 어렵고 조용한 연말을 보내려는 흐름, 그리고 음반 시장 불황으로 새로 캐롤송을 내놓는 가수들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 탓인지 여느 해 보다 유난히 스산한 연말입니다. 헌데 모두들 살기 어렵다고 한숨인 한편으로 연일 먹고 마시는 송년회 문화는 별반 달라지지 않을 모양입니다. 지연, 혈연, 학연, 직장 따위 관계 속에서 유난히 모임이 많은 한국 사회, 그 모임들마다 대부분 송년회를 갖습니다. 모임이 많은 이는 11월 말이면 일정을 조정하느라 바쁘니 일러 뭐하겠습니까. 헌데 한해를 성찰하고 새해 계획을 공유하고 구성원간 안부와 덕담을 나누는 송년모임이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식당에 모여 배를 채우고 나면 어김없이 2차, 3차로 이어지는 진탕 먹고 마시기가 오히려 모임의 본질인 듯합니다. 또 그런 한편으론 겨울 방학을 맞아 해외로 나가는 학생들의 연수 프로그램이 거진 매진됐다고 합니다. 해외여행, 해외골프 나들이도 줄을 잇고 있어 이미 항공편도 동이 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한켠으론 이 추운 겨울을 나기가 쉽지 않은 이웃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 혼자 살아가는 노인들, 결코 본인이 원하지 않았던 뜻하지 않은 병마와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또 있습니다. 혼자 몸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아버지와 어머니들, 저 혼자 힘으로는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들, 주민등본상에 등재된 자식으로 인해 정작 생활보호대상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인들,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누군가의 작은 온정이 절실한 우리네 이웃들입니다. 본지에서 이들의 겨울나기를 거들기 위해 경남공동모금회와 ‘이웃돕기 창구’를 개설했습니다. 내년 1월 말까지 운용될 이웃돕기는 우리 시민들이 일일이 어려운 이웃들을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덜어주는 창구입니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 했지만 이웃돕기 창구에 담기는 작은 온정들은 최소한 영하의 날씨를 견디는 군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픈 이에겐 진통제 주사약이 되어 고통이나마 덜어줄 겁니다. 늘 김치 조각인 밥상에 멸치 몇 마리로 올라 허약한 몸을 보위시키는 영양분도 될 겁니다. 연탄 한 장 값이면 어떻습니까. 본사가 펼치는 어려운 이웃돕기 창구 개설이 모든 이들이 고루 잘사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작은 정성들이 모이고 모여 누군가에겐 삶의 기운이 되고이 척박한 세상을 따습게 밝히는 희망등이 될 겁니다. 사람 먹을 것 모자라도 한 갓 미물인 까치를 위해 감 몇 개는 반드시 남기던 우리네 조상님들, 우리 양산시민들도 그 마음 넉넉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