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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동 창 회
사회

동 창 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6/12/22 00:00 수정 2006.12.22 00:00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절실하게 떠올리게 하는 구절이 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며칠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모르는 사람의 전화라 귀찮아서 받지 않으려고 하다가 겨우 받아보니 당황스러웠다. 시골 중학교에 1학년을 같이 다니던 친구였던 것이다. 어색하게 몇 분 간 통화를 하고서야 옛 친구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다.

친구들에 대한 여러 가지 소식을 전해주면서 인터넷에 동창회 카페를 만들었으니 가입을 해달라고 한다. 엉겁결에 그러겠노라고 대답을 한 뒤 카페에 들어가 보니 가입을 할까 말까 망설여졌다.

6년 간 초등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들은 대부분 기억이 나지만 중학교 때 부산으로 전학을 간 터라 중학교 때 친구들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서 과연 친구들이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전화를 받고 싱숭생숭하다가 가입을 하고 인사말을 남겨놓았더니, 어떤 친구는 누군지 모르겠고 혹시 간첩이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서 공지사항에 자세한 소개말을 올렸더니, 그 이후로 많은 댓글이 달리고 문자 메시지와 전화가 왔다.

친구들이 보낸 소식들을 살펴보니 중학교 때 전학을 가고 난 뒤 어떻게 되었는지 몹시 궁금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모두들 아저씨, 아줌마가 되었더라도 어린 시절 함께 했던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에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6년을 함께 다니다가 중학교 1학년 때 부산으로 전학을 가서 어린 시절 친구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제대로 친구들을 사귀지 못해 동창회란 것을 모르던 나에게 친구들을 되찾을 수 있게 된 참 기쁜 일이었다. 

 학교에서 졸업을 앞둔 아이들을 바라보며, 친구들과의 정을 깊이 나누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잔소리를 좀 했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면 지금과 같은 순수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를 사귀기란 어려울지도 모르니 남은 기간 서로 아껴주고 좋은 관계로 남도록 노력하라고 말이다.

그리고 동창회가 만들어지지 못한 학교라 아이들에게 동창회의 필요성을 말하고 선배로서 동창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보지만 아직은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입시에 찌들고 경쟁에 내몰려 함께 했던 친구들을 잊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얼마 전 어떤 학교에서 동창회비를 걷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는 좋지 않은 소식이 있어 아이들이 동창회가 갖는 의미를 잘못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연말연시 많은 학교들의 동창회가 열린다. 우리 아이들에게 동창회의 참된 의미를 일깨울 수 있는 아름다운 얘기들을 어른들이 많이 들려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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