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지 않는다
세상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어쩌랴,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한 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정희성의 「길」전문대학 입시 하나만 보고 3년을 내몰리듯 살아온 고3 큰놈이 수시2학기 시험에 끝내 합격하지 못해 27일에 마감한 2007학년도 정시 모집에 원서를 냈다. 정시는 수시와 달리 이미 받아 둔 내신 성적과 수능 성적을 가지고 세 곳을 선택하는 것이라 남들처럼 하나쯤은 틀림없이 합격할 곳이라 믿는 곳에 원서를 내고 나머지 두 곳을 고르는 방식으로 원서를 냈다.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전문시련은 견디고 이겨내고 보면 추억이 되고 더 가치 있는 삶으로 단련한 과정이 된다. 수시에서 연달아 쓴 잔을 든 딸에게, 그리고 그 비슷한 경험을 했고 또, 할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이다.나도 벌써 반백년을 살았다. 아들은 늙을수록 아버지를 닮아간다더니 나도 그런 것일까. 딸이,아들이 글 쓰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이도 또한 욕심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