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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사랑스런 진우, 현지에게..
사회

사랑스런 진우, 현지에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1/16 00:00 수정 2007.01.16 00:00

새해를 맞아 곤히 잠든 너희들을 보며 참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하루 종일 서서 손님들 머리를 다듬느라 온 몸이 피곤하지만 맑고 고운 너희들의 눈망울을 들여다보니 피로가 말끔히 풀리는구나. 자식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 그게 바로 부모에겐 가장 큰 위안이란다. 때론 자식들로 하여 속상하기도 하지만 자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으로 충만해지는 부모들의 마음, 너희들은 아직 모르겠지. 하지만 고백하자면 사실 엄마도 너희 외할머니에게 ‘너도 자식 낳아보면 엄마 마음 알거다’라고 할 땐 몰랐단다.

그런 한편으로 지금까진 너희들을 마치 내 소유물인(?) 양 생각해 언제나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일방적으로 지시만 했구나. 또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커 주길 욕심도 부렸지.

그러나 이제 진우와 현지도 자기의 생각을 가진 독립된 한 인격체이니 너희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엄마가 되려한다. 물론 부모에게 있어 자식이란 항상 물가에 내 놓은 아이지만 진우는 벌써 초등학교 4학년, 현지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자기 주관을 갖고 학교생활을 잘 하리라 믿기 때문이란다.

진우야,
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엄마가 미용실을 하는지라 네 머리를 빨강색으로 물들였지. 그런데 입학식이 다가오자 혹시 네 머리색으로 하여 왕따라도 당하면 어쩌나 싶어 검은 색으로 다시 원위치 시켰지. 

그 생각을 하다 보니 진우야, 넌 네 인생을 어떤 색깔로 만들어 갈지 궁금하구나.
공차는 걸 좋아하니 축구 선수가 될꺼니, 아니면 다른 꿈이? 한 가지만 당부하자면 무엇이 되던 어떤 삶을 살던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거라. 귀천을 떠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그 일을 잘 할 수 있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란다.

이제 초등학생이 되는 현지야.
요즘 피아노와 첼로 실력이 나날이 늘어가는 것 같더구나. 가끔씩 네가 들려주는 연주가  삭정이처럼 말라가는 엄마 가슴을 감동으로 물들여 엄마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다. 엄마는 음악을 잘 몰라서 네게 어떤 가르침을 줄 건 없다. 하지만 네가 열심히 악기를 연주하는 마음처럼 엄마 또한 손님들의 머리를 명곡처럼 연주하고 싶구나. 그리고 네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된다면 네 첫 연주회 머리는 꼭 이 엄마에게 맡겨주렴.

 

양맹자 / 꽃도랑 미용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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