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엄마가 미용실을 하는지라 네 머리를 빨강색으로 물들였지. 그런데 입학식이 다가오자 혹시 네 머리색으로 하여 왕따라도 당하면 어쩌나 싶어 검은 색으로 다시 원위치 시켰지. 그 생각을 하다 보니 진우야, 넌 네 인생을 어떤 색깔로 만들어 갈지 궁금하구나.
공차는 걸 좋아하니 축구 선수가 될꺼니, 아니면 다른 꿈이? 한 가지만 당부하자면 무엇이 되던 어떤 삶을 살던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거라. 귀천을 떠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그 일을 잘 할 수 있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란다. 이제 초등학생이 되는 현지야.
요즘 피아노와 첼로 실력이 나날이 늘어가는 것 같더구나. 가끔씩 네가 들려주는 연주가 삭정이처럼 말라가는 엄마 가슴을 감동으로 물들여 엄마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다. 엄마는 음악을 잘 몰라서 네게 어떤 가르침을 줄 건 없다. 하지만 네가 열심히 악기를 연주하는 마음처럼 엄마 또한 손님들의 머리를 명곡처럼 연주하고 싶구나. 그리고 네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된다면 네 첫 연주회 머리는 꼭 이 엄마에게 맡겨주렴. 양맹자 / 꽃도랑 미용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