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함민복의 <긍정적인 밥>전문시 한 편의 고료, 시집 한 권 값, 시집 한 권의 인세를 교환가치인 삼만 원, 삼천 원, 삼백 원에 견주면 너무 박하고, 헐하고, 박리다 싶다가도 절대가치에 가까운 쌀 두 말, 국밥 한 그릇, 굵은 소금 한 됫박에 견주면 따뜻해지고, 가슴 덥혀지고,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이 없다 한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자신의 시작행위에 대해 긍정하고, 사람들 마음에 따뜻한 감동을 주는 시를 쓰고, 내 시가 소금처럼 소중한 것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따뜻한 어조로 살아난다.
30대 중반에 강화도에 들어가 한 십년 혼자 살고 있다는 시인의 시이다. 동네 어민들과도 이제 어우러져 고깃배에 오르고, 갯벌에 석양 늘어지면 노을 안주 삼아 소주잔 기울인다는 시인이다.어떤 날은 박물관 찾는 손님이 열 명이 되지 않는 날이 있다고 한다. 박물관 매표소에서 일하는 아내가 ‘오늘은 갈매기(손님)도 몇 마리 안 왔어. 갈매기라도 자주 오면 심심하지 않은데.’ 하며 돌아올 시간이다. 박물관 앞 외로운 섬, 독도 지킴이를 끝내고 올 시간이다.설거지 끝내고 보니 식기 건조대 있을 때에는 식기 건조대와 싱크대 위에 수북하니 쌓여 있던 그릇들이 깨끗이 치워져 있다. 몸 조금 더 움직이는 수고한 덕이다. 이런 좋은 점이 있다면 억지로 집 넓히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다가 함민복 시인을 떠올려 봤다. 그렇게 사는 삶에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부분이 있기에 사람들이 찾는 것 아닐까. 이렇게 좁은 집에서 씻은 그릇 행주로 닦아가며 치우는 삶에도 좋은 점이 없잖아 있을 것이다.
이제 손 닦고 독도 지킴이 태우러 가야 한다.문학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