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 교사가 “Cabin”이라고 외치자 일제히 책상위에 있는 종이를 뒤집어 Cabin이라는 단어의 알파벳을 빙고그림에서 찾기 시작한다. 먼저 찾은 아이가 “Teacher! I fined it”라며 손을 들자 교사가 아이에게 다가가 종이를 확인한 뒤 “That's right”라고 말하며 공을 손에 쥐어 준다. 다른 아이들은 아쉬움의 탄성을 지르며 다시 종이를 뒤집어 놓는다. 그 때 한 아이가 종이를 뒤집지 않고 빙고그림에서 다음 단어를 찾자 원어민 교사가 웃으며 “It's against the rule”이라고 말한다. 아이는 멋쩍은 듯 “Sorry”라고 말하며 종이를 뒤집어 놓는다. 교실은 한순간 웃음바다가 된다.영어 단어를 배울 때 알파벳을 수십번씩 쓰고 외우던 기억이 있는 기성세대에겐 낯선 모습이다. 하지만 영어체험캠프 아이들은 이제 이런 수업이 익숙하다. 영어체험캠프에서 서포터 역할을 하고 있는 영산대 허경아(호텔경영4) 학생은 “처음에는 원어민 교사가 낯선지 아이들이 통 말이 없어 수업시간이 너무 조용했어요. 하지만 이틀 정도 지나자 원어민 교사랑 눈 한번 마주치고 대화해 보려고 아이들끼리 경쟁이 대단해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실에서는 토요일에 발표할 그룹별 역할극 준비가 한창이다. 이 그룹이 준비하고 있는 역할극은 돼지가족. 엄마역을 맡은 아이가 “What's your favorite food?”라고 묻자 저마다 “I like pizza, I like hamburger, I like chocolate…”이라며 한마디씩 말하고 자리에 앉는다. 한 아이가 두리번거리다 자신의 차례를 놓쳐 버리자 그 아이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한데 섞여 교실은 이내 목소리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워졌다. 오락시간인지 수업시간인지 모를 정도이다. 영산대 평생교육실 김혜숙 씨는 “5박 6일동안 아이들은 영어단어, 영어문장 하나 더 가 아니라 바로 ‘용기’를 얻고 가죠. 학교에서 원어민 선생님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용기, 길거리에서 외국인 여행객을 만났을 때 가볍게 인사할 수 있는 용기를 얻어 가요”라고 말했다.
전액 시 보조로 지원되는 영어체험캠프가 올해로 3번 째를 맞았다. 이번 캠프는 지난 여름캠프보다 100명이 더 많은 500명의 양산지역 아이들이 이곳 영산대와 양산대학에서 현장위주의 영어 학습을 체험하게 된다. 시는 자녀의 해외연수와 학원 수강 등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자, 지역 대학 시설과 원어민 교사를 활용해 효과적인 영어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첫 시행부터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이제는 학교와 학부모들에게 그 인기가 대단하다. 하지만 영어체험캠프에 대한 몇가지 아쉬움도 지적되고 있다. 5박 6일의 일정이 새로운 영어학습을 체험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며, 아이들에게 영어권 문화를 알려주기 위한 소품과 기자재들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 등이다.영산대 평생교육실 정민호 실장은 “캠프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현장체험학습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캠프일정을 연장할 수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한정되어 있는 예산과 인력으로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은 영어체험캠프가 더욱더 활성화되기 위한 장기적인 과제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