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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영어캠프, 여름에 또 오면 안돼요?”..
사회

“영어캠프, 여름에 또 오면 안돼요?”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1/16 00:00 수정 2007.01.16 00:00
게임, 현장체험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
영어실력보다 외국인 공포 없애는 ‘용기’ 배워
짧은 캠프 일정, 기자재 부족… 장기적인 과제

영어체험캠프를 가다

11일 영어체험캠프가 한창인 영산대 강의실. 기자가 “수업 재미있어?”라고 묻자 “그럼요~”라며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처음에는 원어민 선생님이랑 눈도 못마주쳤는데, 이제 장난치면서 놀아요”(김민지. 양산여중2) “학원에서 배우는 영어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어요”(이원호. 상북초4)  아이들에게 ‘영어가 재미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게 만드는 영어체험캠프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단어를 쉽게 익히도록 하는 영어빙고 게임시간.

아이들 모두 책상위에 종이 한 장을 뒤집어 놓고 원어민 선생님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원어민 교사가 “Cabin”이라고 외치자 일제히 책상위에 있는 종이를 뒤집어 Cabin이라는 단어의 알파벳을 빙고그림에서 찾기 시작한다. 먼저 찾은 아이가 “Teacher! I fined it”라며 손을 들자 교사가 아이에게 다가가 종이를 확인한 뒤 “That's right”라고 말하며 공을 손에 쥐어 준다.

다른 아이들은 아쉬움의 탄성을 지르며 다시 종이를 뒤집어 놓는다. 그 때 한 아이가 종이를 뒤집지 않고 빙고그림에서 다음 단어를 찾자 원어민 교사가 웃으며 “It's against the rule”이라고 말한다. 아이는 멋쩍은 듯 “Sorry”라고 말하며 종이를 뒤집어 놓는다. 교실은 한순간 웃음바다가 된다.

영어 단어를 배울 때 알파벳을 수십번씩 쓰고 외우던 기억이 있는 기성세대에겐 낯선 모습이다. 하지만 영어체험캠프 아이들은 이제 이런 수업이 익숙하다.

영어체험캠프에서 서포터 역할을 하고 있는 영산대 허경아(호텔경영4) 학생은 “처음에는 원어민 교사가 낯선지 아이들이 통 말이 없어 수업시간이 너무 조용했어요. 하지만 이틀 정도 지나자 원어민 교사랑 눈 한번 마주치고 대화해 보려고 아이들끼리 경쟁이 대단해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실에서는 토요일에 발표할 그룹별 역할극 준비가 한창이다. 이 그룹이 준비하고 있는 역할극은 돼지가족. 엄마역을 맡은 아이가 “What's your favorite food?”라고 묻자 저마다 “I like pizza, I like hamburger, I like chocolate…”이라며 한마디씩 말하고 자리에 앉는다.

한 아이가 두리번거리다 자신의 차례를 놓쳐 버리자 그 아이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한데 섞여 교실은 이내 목소리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워졌다. 오락시간인지 수업시간인지 모를 정도이다.

영산대 평생교육실 김혜숙 씨는 “5박 6일동안 아이들은 영어단어, 영어문장 하나 더 가 아니라 바로 ‘용기’를 얻고 가죠. 학교에서 원어민 선생님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용기, 길거리에서 외국인 여행객을 만났을 때 가볍게 인사할 수 있는 용기를 얻어 가요”라고 말했다.
전액 시 보조로 지원되는 영어체험캠프가 올해로 3번 째를 맞았다.

이번 캠프는 지난 여름캠프보다 100명이 더 많은 500명의 양산지역 아이들이 이곳 영산대와 양산대학에서 현장위주의 영어 학습을 체험하게 된다.

시는 자녀의 해외연수와 학원 수강 등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자, 지역 대학 시설과 원어민 교사를 활용해 효과적인 영어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첫 시행부터 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이제는 학교와 학부모들에게 그 인기가 대단하다.

하지만 영어체험캠프에 대한 몇가지 아쉬움도 지적되고 있다. 5박 6일의 일정이 새로운 영어학습을 체험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며, 아이들에게 영어권 문화를 알려주기 위한 소품과 기자재들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 등이다.

영산대 평생교육실 정민호 실장은 “캠프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현장체험학습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캠프일정을 연장할 수밖에 없는 거죠. 하지만 한정되어 있는 예산과 인력으로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은 영어체험캠프가 더욱더 활성화되기 위한 장기적인 과제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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