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은 뭐고 또 어떻게 보내야 하는 걸까? 오늘도 부모와 아이들 사이에 이 문제를 두고 논쟁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방학이란 편안하게 쉬면서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는 일이란 것이다. 그러나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그렇게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보충수업을 받고 학원도 열심히 다녀서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실력을 길렀으면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기 때문이다. 방학에 대한 부모들과 아이들의 이런 생각의 차이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두고 구체적 갈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향해 꾸중을 하게 되는 것은 아이들의 불규칙한 생활태도에 대한 것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며 책과는 담을 쌓고 놀기만 하는 듯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들은 화를 참을 수 없다. 그래서 방학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방학을 보내야 하는지 훈계를 한다. 이런 훈계를 들은 아이들은 나름대로 변명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한바탕 꾸지람을 들은 정도로 여겨버리고 말게 되면 방학은 지루하고 지긋지긋한 시간이 되기 쉽다. 그러면 부모와 아이들이 모두 다 만족할 수 있는 방학 생활은 어떤 것일까? 부모들이나 아이들 양쪽이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사이도 아니고 서로가 믿을 수 없는 사이도 아니니 분명 해결책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보자. 부모들은 어린 시절 자신들의 방학 생활을 떠올려 본다. 지금의 아이들과 크게 다를 것 없이 불규칙하고 게으르게 방학을 보낸 것을 생각하니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를 잘 알게 되고 스스로 반성을 하며 우리 아이는 방학을 이렇게 잘못 보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그 시절의 나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려고 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장면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머릿속으로 이렇게 해야 한다고 정해놓고 아이에게 무조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렇게 하는 것은 일방적 강요이기에 해결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먹고 살기 어려운 형편이라 신경을 쓰지 못하니 네가 알아서 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방관자가 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다시 우리 아이와 같은 그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가 정말 방학에 무엇을 하고 싶었던가를 물어보자. 그리고 눈과 귀를 열어두고 아이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 보자. 욕심을 버리고 방학 동안 아이의 성장에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방학으로 인한 아이와의 갈등은 많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경험을 통해 이를 실천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좋은 방법일 것 같다.유병준/ 양산남부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