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7년 끝내 드디어 1987년 1월 18일 결혼으로 결실을 맺어 올해로 결혼 2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소. 남들도 다 거쳐 가는 세월이라지만 나로서는 더욱 감격스럽고 의미있게 느껴지는구려. 나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당신이 더 잘 알 것이라 생각되오.
잘난 것 없고 여러 가지 부족한 나를 만나 늘 잘 해주지 못하고 고생만 시킨 못난 남편이 바로 나요. 하지만 당신은 주란이, 수헌이의 어머니로서 나 윤석웅의 아내로서 문중의 종부로 각종 집안의 대소사를 책임지며 이끌어 왔소. 어디 그 뿐이요. 옆 마을에 계신 시 부모님 살림까지 챙기며 정성을 다하고, 이웃과 가족 같은 정을 함께 나누는 사랑스러운 그대의 모습에 항상 감사하고 미안함을 느꼈소. 여보. 얼마 전 마을 여기저기에 ‘여보~ 사랑해!’라는 글귀와 함께 우리 사진이 담겨 있는 플랜카드를 보고 당황하지는 않았나 모르겠구려. 갑갑한 소식만 들리는 요즘 신선한 웃음 하나 선사할 방법이 없나 이것저것 궁리한 끝에 팔불출이란 소릴 들을 각오하며 용기를 내어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소. 불혹 후반의 나이에 조금 쑥스럽구려. 하지만 심숙이 여사. ‘다시 태어나도 당신과 함께 살고 싶다’는 또 한번 쑥스러운 고백을 하고 싶어 이렇게 신문 지면을 빌렸소. 우리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경 잃지 말고 따뜻하게 살아갑시다. 사랑하오.윤석웅(47. 물금읍 범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