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잊혀져가는 그들의 숨은 사연을 들여다 보며 명절의 또 다른 의미를 되새겨 보자. -----------------------“묘지를 찾는 성묘객들이 쓰레기를 지정된 장소에 버려 주신다면 정말로 고맙겠습니다”우리나라 최고의 명절,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해마다 설이면 묘지를 찾는 성묘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기 마련이지만 정작 성묘객을 맞이하느라 성묘를 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상북면 석계리에 위치한 석계공원묘지를 관리하는 김정채(55. 사진) 씨다.“명절이면 8시 반에 출근하기 때문에 사실 성묘를 갈 수가 없습니다. 저를 제외한 형제들이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러 갑니다. 저 뿐만 아니라 우리 직원들 반 이상이 아침 일찍 출근을 하기 때문에 모두들 성묘를 하러 가지 못합니다”고 말하면서도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그는 97년부터 석계공원묘지에서 일을 시작한 뒤로 명절에 차례를 지낸다거나 성묘를 가본 적이 없다. “성묘를 가지 못하지만 섭섭한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많은 성묘객들이 찾는 공원묘지를 관리하는 일이 우리의 본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지요”
특히 석계 공원묘지는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그만큼 성묘객의 발길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설이 되면 대체적으로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복잡합니다. 그러나 올해는 연휴 기간이 짧아 10일과 11일에 많은 성묘객들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설연휴 기간 동안 총 10명의 교통정리 경찰관들이 통제에 나서는 등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 수고해주고 있습니다. 저보다 오히려 그 분들이 더욱더 수고가 많은 셈이죠”해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성묘객을 맞이하는 그는 성묘객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사실 지정된 장소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성묘객들로 설연휴가 끝나면 여러 달에 걸쳐 쓰레기를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가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에 인상을 찌푸리기 보다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묘지 주변 주민들에게도 피해가 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묘지를 찾는 성묘객들이 쓰레기를 지정된 장소에 버려 주신다면 정말로 고맙겠습니다”마땅히 해야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끝까지 소탈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김정채씨.
본인의 명절을 마다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있기에 올해 설에도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조상들을 뵈러 갈 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