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길의 「설날 아침에」 전문 예전에 교과서에서 배워서이겠지만 새해나 설을 생각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시다.
미나리꽝도 설날쯤이면 조금씩 풀린다. 들여다보면 파릇한 미나리싹이 그 얼음 속에 파릇한 색을 찾아내고 그 옆에서 작은 송사리가 아가미를 달싹거리고 있다.
삶은 여전히 가난하고 세상은 각박하다지만 고맙게 생각하고 보면 푸지고 살 만한 곳이다. 따뜻한 봄날이 멀리 있지 않다. 볕살 따사로운 양지 녘이 더 검은 / 자장암 깊은 계곡 // 이제 얇아질 대로 얇아진 / 투명한 얼음 편(片)에 / 햇살은 / 가재(石蟹) 꼬리에 매달렸던 / 꼬물거리는 새끼들 / 한 마리 또 한 마리 / 이번엔 / 서너 놈이 무리 지어 / 떨어져 나간다 // 이윽고 / 물 속 가득 바글대던 햇살들 / 새끼 가재로 / 일제히 기어오른다 // 뽀송송한 씨앗들 / 햇살, 한 줌
― 졸시(拙詩) 「봄」 전문 입춘 지나면서 언 땅이 녹아 물기가 흐르면 땅은 검어진다. 검은 땅은 햇살에 더 따뜻해지고 계곡을 얼렸던 얼음도 녹아 투명한 얼음 조각이 얇아질 대로 얇아진다. 그 얇은 얼음 편에 흐르다 튄 물방울이 조롱조롱 매달렸다. 마치 가재 꼬리에 꼬물꼬물 매달린 새끼 가재 같다. 그 물방울 하나가 종잇장처럼 얇은 얼음으로부터 ‘톡’ 떨어져 나간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그렇게 떨어진 물방울들이 물속에서 햇살 받은 물방울 거품처럼 바글거린다.삼월 새봄이면 유치원 입학하는 꼬맹이들 신이화(개나리꽃) 노란빛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신입생들 반짝이는 웃음으로 세상 넘실거릴 것이다.입춘(새봄) 지나며 긴 겨울 가뭄을 달래는 단비가 왔다. 깊은 안개와 같이 온 가느다란 비가 봄기운을 살그머니 부른다. 큰절 천왕문 안쪽 매화 꽃봉오리 부풀리는 소리에 귀 밝은 이 잠 설쳤으리라. 오리나무, 땅버들 물오르는 소리로 산과 개울도 같이 밤새웠으리라. 문학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