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눈동자, 금발머리의 외국인 2명이 태극기가 새겨진 도복을 입고 한국어 구령을 붙이며 팔과 발을 뻗으며 몸을 날린다.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는 장면이지만 무술을 연마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함께 수련하고 있는 학생들도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다. 영국인 무술청년 로빈 홈스(19)과 샘 코젠(20)이 국내 최초 국술부부관장이자 공인 16단의 무술가족으로 유명한 북정동에 위치한 국술원(원장 문명봉)을 찾은 것. 로빈과 샘은 문명봉 원장이 5년 전 영국초청 세미나에 참석해 알게 된 인연으로 지난달부터 6개월간 국술의 종주국인 이곳 한국에서 국술을 배우는 값진 기회를 얻게 되었다. 문명봉 원장은 “국술은 우리나라가 종주국이면서도 아직 생소한 무술로 여겨지고 있지만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세계 30여개국 15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무술이다”며 “로빈과 샘의 부모 역시도 영국 이스트본에서 국술원 관장으로 있기에 국술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남다른 청년들이다”고 자랑했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국술의 예를 갖추며 수련하고 있는 로빈은 “영국에서는 이미 국술붐이 일어나 마치 종교처럼 국술을 믿고 의지하고 있다”며 유학을 오게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수련할 때면 환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매서운 눈매와 꽉 다문 입술로 다소 강한 인상까지 주는 샘은 “문명봉 원장에게 배우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6개월동안 많은 경험을 쌓아 가겠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로빈과 샘은 국술원 학생들과 좀 더 친해지기 위해 수련 이후 영어를 가르쳐 주는 시간도 마하고 있다.강다연(13) 학생은 “매일 국술원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로빈과 샘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삼촌처럼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곳에서 온 로빈과 샘이지만 국술 안에서 이미 가족으로 여겨짐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