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증후군은 주부 80% 이상이 경험하는 증상이며 우리 사회에만 있는 독특한 현상이다. 명절 주부들의 봉사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 ‘성차별’로 느껴지면 스트레스로 변하게 된다.
명절증후군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맞물려있는지도 모르겠다. 주부들의 일방적인 희생과 봉사를 아름다운 전통과 미덕으로 미화시키는 우리 사회 질서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보자.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1,2(한겨레신문사)”은 우리가 당연하거나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했던 가치들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하고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나 자신과 주위 사람, 우리 사회에 대해 더 깊고 넓은 안목을 가지게 해준다. 박노자는 러시아인이다. 영화 ‘춘향전’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은 후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다. 그리고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보냈던 그는'박노자'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귀화했다.
그는 신랄하다.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보다는 세계를 잘 아는 한국인에 가까운 그는 한국 사회를 그 주춧돌부터 다시 살펴본다. 누구나 당연하다고 믿고 살던 권위주의의 서까래며 집단이기주의의 기둥이 그 앞에서는 대번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폐품이 되고 만다. 이 책은 이제까지 나왔던 많은 한국인 비평, 비판보다 더 깊은 통찰이 있다. 무엇보다 저자가 한국에 대해 가지는 애정이 든든하다. 박노자가 이 책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어렵거나 거창하지 않다. 다만 보다 자유롭고 평등한,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우리가 안고 있는 '비상식'들을 하나둘 없애 나가야 되지 않겠느냐는 애정 어린 충고일 뿐이다. 우리가 그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이유 역시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 때문일 것이다. 양산도서관 박현영 사서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