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보내며 한 가지 씁쓸한 사연이 있어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친정에 들려 가족들과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다 이웃집에 사시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아흔에 가까운 연세이신 할머니는 암을 앓고 있는 아들과 함께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역의 한 단체에서 이렇게 어려운 사정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맙게도 설명절을 맞아 할머니댁을 방문해 쌀 20kg을 기증했습니다.하지만 문제는 쌀을 기증하며 기념으로 남기기 위한 사진촬영이 할머니에게 상처로 남았다는 것입니다. 이 단체는 할머니에게 ‘쌀을 안고 한 컷 찍자’ ,‘모두 함께 둥글게 둘러앉아 한 컷 찍자’, ‘단체의 대표만 단독으로 할머니하고 한 컷 찍자’ 등 여러 포즈를 주문하며 할머니에게 기념촬영을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할머니는 ‘차라리 쌀을 안 받고 촬영을 안 찍고 싶은 심정이었다’라고까지 말했다고 합니다. 많은 봉사자 여러분. 우리 지역에는 많은 봉사단체들이 있고 그 단체들은 소외된 우리의 이웃들을 위해 참 좋은 일을 많이 합니다. 그러면서 후임자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혹은 상위기관에 활동을 보고하기 위해, 또 혹은 언론을 통해 단체의 모범적인 활동을 알리기 위해 사진으로 기록을 남깁니다. 저희 양산주부클럽 역시도 많은 봉사활동과 강연회, 캠페인 등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활동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단지 무엇이 ‘주(主)’이고 무엇이 ‘부(部)’인지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봉사를 하는 것이 원래의 목적이지 사진촬영이 봉사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언론 역시도 일부 단체들이 보내온 이같은 사진들을 무분별하게 지면에 싣고 있습니다. 명절이나 연말이 되면 물품을 전달하는 사진을 대거 지면에 게재하며 마치 이같은 사진들이 일반적인 현상인냥 통념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봉사정신은 물론 좋은 의미이지만, 이제는 좋은 일은 많이 알려 모범이 되게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기록으로 남기는 사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진만을 남기기 위한 형식적이고 생색내기식의 봉사는 오히려 소외된 이웃들에게 또다른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을 알아두어야 할 것입니다.양산주부클럽 손석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