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덕(?)에 정월 대보름달이 얼굴을 내밀지 못했고 액을 태워 한 해 복된 시절을 달라 기원하려고 애써 쌓아올린 달집도 젖었다. 게다가 진종일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 봄나들이도 얄궂게 돼버린 주말. 봄비는 그렇게 메마른 대지를 흠뻑 적시며 생명체에 기운을 불어 넣는 반가움과 함께 보름을 망친 얄미운 비였다. 지난 한 해 지역 정가가 꼭 이와 같았다.
시민들은 지난 5.31 지자체 선거가 더욱 비전있는 양산을 건설하는 촉매제가 되리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느닷없는 일명 ‘공천 서화로비’라는 불미스런 사건으로 양산이 언론에 오르내리며 망신을 사더니 급기야 고소, 고발에 이어 시민들이 검찰조사와 법정에 서는 불미스런 일까지 벌어졌다. 그건 다름 아닌 두 정치 지도자의 반목에 따른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로 인하여 그들을 따르는 이들 또한 편이 나뉘어 서로를 질시해왔다. 그 결과 애꿎은 시민들만 마음고생을 했다. 그런 터에 지난 2일, 김양수 국회의원이 시민연합 사무실을 방문, 사과했다. 이에 시민연합은 김 의원의 사과를 받아 들였고 시장과 국회의원도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그동안 용호상박하며 으르릉 대던 모습만 봐 왔던 터라 시민들은 이번 회동을 반기는 분위기다.이제 두 정치인은 시민들이 부여한 초심으로 돌아가는 진정성만 보이면 된다. 시민들의 바람은 별게 아니다. 양산의 교육, 환경, 문화, 복지가 인류가 되어 시민 모두가 잘 사는 복된 양산을 건설해 달라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양산의 청사진 설계에 노심초사하는 시장, 입법이란 본업과 함께 시정 조력자로서 충실히 복무하는 국회의원이면 된다. 그것이 초심이다. 그리고 두 정치인은 선거를 통해 시민들에게 그러하마고 분명히 약속했었다. 이처럼 훈풍이 돌기 시작하는 지역 정가를 환영하면서도 재삼 초심을 당부 드리는 것은 두 정치 지도자의 해빙 배경을 두고 여론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이번 화해의 단초는 표면상으론 두 사람의 반목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중 여론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연말 대선을 앞두고 두 지도자가 공통되게 한나라당 모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동일한 입장때문이라는 여론도 있다.나아가, 총선을 일 년여 밖에 남기지 않은 시점이라 위기감을 느낀 김 의원이 고육지책으로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중의 이런 여론을 종합하면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화해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한국 정치사는 그동안 반목과 대립으로 점철돼왔다. 그 속에서 이제 대중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끊임없이 부침하는 후진 정치인들에게 신물이 났다. 그러기에 시민들은 이번의 의기투합이 혹여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한 일회성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이런 기우가 그야말로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는 격에 다름 아니길 바란다. 지난해 ‘한겨레 21’이 서울에 사는 40대 연령층 500명을 상대로 2007년 대선에 대해 묻는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가운데 ‘후보가 제시하는 미래 비전을 기준으로 투표할 것 같다’ 는 대답이 74.6%로 나왔다. 물론 서울은 지역과 정서가 다르고 대선과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각기 다르다.그러나 이를 전제로 하더라도 정치인이라면 이 여론조사 결과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시민들은 지역의 미래에 대한 비전, 전문성, 철학 등을 제대로 갖춘 지도자를 선호한다. 어느 정치학자는 ‘대중이 더디게 진보 한다고 생각하는 건 정치인 뿐’이라고 설파했다. 대중은 늘 현명하다. 두 정치 지도자의 맞잡은 손이 단비가 되길 바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