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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친절한 명화씨(?)
사회

친절한 명화씨(?)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3/06 00:00 수정 2007.03.06 00:00

완벽한 거장, 멋과 재능 그리고 기교의 연주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이 모든 수식어만으로도 거장 정명화의 공연을 기다리는 마음은 설레었다.

지방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거장의 공연소식은 봄이 오는 길목에서 맞이한 더없이 반가운 손님이었다. 18세기에서 20세기의 첼로 듀오곡에서부터 무반주 첼로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로 이루어진 공연은 때론 편안하고 때론 진중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악장과 악장 사이에 터져나오는 박수소리로 공연중간에 곡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박수 포인트를 연주자가 직접 거듭 언급하는 해프닝은 다소 부끄러운 관객들의 감상태도였다.

요즘엔 영화 한 편을 보러 갈 때도 어떤 내용인지, 누가 연출을 하고, 연기를 하는 지 정도의 내용을 알아보고 간다. 아직 친숙하지 못한 클래식 공연을 관람할 땐 적어도 연주가의 연주곡에 대한 정보와 클래식 공연 관람에티켓 정도는 알아두는 수고만 기울였다면 연주가가 직접 공연 중간에 양해를 구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클래식 공연이 아직 낯선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예의가 모자라다고 해서 공연을 보기 위해 찾은 관객들을 낮추어 보는 것 또한 연주자의 예의일 수 없다. 이번 정명화 공연은 그런 점에서 관객과 연주자 모두 ‘공연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친절하게 공연 관람태도를 설명해준 정명화씨는 레퍼토리 곡 가운데 2곡을 악보를 보며 공연을 했다. 물론 가벼운 리사이틀이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거장의 공연을 기대하며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분명 결례를 범한 것이다.

단순히 악보를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명화라는 거장이 악보를 통해 이해한 음악 세계를 펼치는 모습을 보고, 듣고 싶어 하는 것이 관객들의 바람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정명화씨가 왜 그런 공연을 진행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보다 섬세한 연주를 위해 악보를 보며 진행했다는 공연 관계자의 설명은 연극무대에 선 배우가 대본을 들고 무대에 오르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설득력이 없다.

우리가 ‘정명화’라는 이름의 첼리스트에게 거는 기대는 시골 작은 무대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거장의 모습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만약 정명화씨가 서울이나 부산 무대에서도 악보를 펼쳐든 모습으로 공연에 임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르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동민 /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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