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30분께, 물금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교문을 빠져 나오고 있다. 학교 앞에는 각종 공사차량이 즐비하다. 학생들이 학교 앞에서 건너야 하는 건널목은 ‘ㄷ’자 모양으로 모두 3개. 파란색 신호가 들어오면 학생들은 건널목 선을 무시하고 대각선으로 뛰기 일쑤다. 신호등의 시간 표시등은 이미 한줄도 남아있지 않지만 학생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건너편을 향해 전력질주한다. 신호 대기중인 공사차량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지만 학생들은 아직도 도로 한 가운데를 달리고 있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다. 올해 개교한 범어중학교는 현재 주택공사와 도로공사가 한참 진행중인 물금 신도시 택지개발사업지구 한 가운데 위치해 있어 학생들이 안전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특히 범어중 교문 뒤편은 신도시 택지개발사업으로 일반인들의 통행이 금지되어 있어 학생들은 지방도 1022호선 소방서 앞 도로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 유일한 등하굣길인 이 도로는 현재 지하차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각종 자재와 대형 공사차량으로 곳곳에 위험이 산재해 있다. 게다가 왕복 6차선인 이 도로를 건너 버스를 타거나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ㄷ’자 모양의 건널목을 3번 건너야 하지만 학생들은 신호를 무시하고 도로를 횡단하기 일쑤이다. 범어중학교 관계자는 “학교가 올해 개교해 1학년 학급밖에 없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는 245명 모두가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학생들이다”며 “따라서 안전의식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이 학생들이 주위를 잘 살피지 않고 도로를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아찔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현재 양산경찰서 물금지구대에서 등굣길 학생 안전을 위한 교통지도를 하고 있지만 상시 인력은 배치하기 힘들기에 학교나 지하차도 공사를 관할하고 있는 토공측에서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금지구대 관계자는 “현재 공사를 진행하면서 필수적인 교통안전시설물은 완벽하게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역시 학생들이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안전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다”며 “따라서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안전의식을 심어주는 교육이 뒤따라야 하며, 토지공사에서는 다른 현장보다도 각별히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얼마전 지하차도 공사현장에서 토사가 붕괴되는 사고로 1명이 사망했으며, 이에 앞서 도로 연장선인 부산대 병원 공사현장 입구 앞에서 1명이 사망해 공사현장 안전 불감증이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각종 사고가 잇따르자 주민들의 우려 속에서 중학교가 개교해 학부모들의 근심을 더하고 있다. 이에 한국토지공사 관계자는 “중학교 개교 전 학교측 의견을 수용해 횡단보도 신호등, 안전휀스 설치 등 안전시설을 갖췄기 때문에 학생들이 등·하굣길이 공사로 인해 위협받는 일은 없지만 사고는 불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좀 더 주위를 기울이겠다”며 “또 등·하교 시간 대형 공사차량 통제, 안전요원 배치 등을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