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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말없는 인사가 천리간다
사회

말없는 인사가 천리간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3/13 00:00 수정 2007.03.13 00:00

‘발없는 말이 천리간다’는 옛 속담이 있다.
살아가면서 이 속담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분명 둘만의 비밀이라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이런저런 통로를 통해 모든 사람이 아는 비밀이 되어버린 경험말이다. 말에 대한 속담을 떠올리니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말도 자연스레 연상된다.

아무리 감추어도 언젠가 소문이 나버리고만다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우화처럼 인사철마다 속내를 감추고 싶은 사람들의 표정에서부터 다양한 말들이 뿜어져 나오기 마련이다.
요즘엔 이른바 ‘입소문 홍보’라는 구전홍보의 효과를 마케팅에도 도입해 영화, 신제품 출시 등에 활용하는 일도 있어 말의 위력을 새삼 돌이켜 보게 된다.

시청이 오는 3월말 대규모 인사를 앞두면서 다시 말들이 천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4월 웅상 분동을 앞두고 실시될 예정인 인사는 사상 최대 규모라 할만한 100여명에 달하는 승진인사가 이루어질 예정이어서 시청 공무원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시가 입법예고한 조직 개편안을 살펴보면 웅상 4개동 분동과 출장소 설치로 서기관(4급) 1명, 사무관(5급) 8~9명, 주사(6급) 30여 명 등 무려 100여명에 달하는 승진과 그 보다 많은 수의 자리이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이 많은 만큼 말도 많아지고 있다.
우선 늘어나는 공무원 정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웅상 분동과 출장소 설치가 시민편의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점을 강조해온 시로서는 대규모 승진인사를 앞둔 공무원들의 표정관리에 민감하다.

공무원 노조 홈페이지에는 아직 시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한 직제·정원 조례 통과 여부를 놓고 왈가왈부가 일어나고 있다.

어떤 이는 시의회가 분동을 앞두고 집행부의 애간장을 태우기 위해 일부러 조례 승인을 늦추고 있다고 힐난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분동을 통한 대규모 승진이 결국 공무원만의 잔치가 아니냐며 비꼬기도 한다. 인사 때마다 불거지는 논란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고개를 들었다. 이른바 논공행상에 대한 우려다.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현 시장에게 도움을 줬다는 사람, 반대 후보를 위해 일을 도왔다는 사람들의 이름이 나돌면서 승진은 물론 자리 이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누구누구 측근이라는 꼬리표가 나붙기 시작하면서 공직사회 내부는 더욱 들끓고 있다.

공교롭게도 인사를 앞둔 공직사회 내부를 들여다 보면서 ‘발없는 말이 천리간다’는 속담에 이어 ‘말없는 인사가 천리간다’는 말이 떠오른 것은 우연일까?

오근섭 시장은 연초에 ‘2010년 인구 30만 예산 1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오시장의 포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상황과 조건들이 맞아 떨어져야 겠지만 함께 시정을 이끌어가는 공직사회의 신뢰가 시민들의 신뢰로 이어져야 하는 것을 말할 나위 없다.
시민들은 오시장의 약속을 실현해가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신뢰로 공명하기 마련이다.

이번 인사가 더욱 주목되는 것은 오시장이 약속한 ‘2010년 인구 30만 예산 1조원 시대’의 초석을 쌓는 한 과정이라는 점이다. 제발 말없는 인사로 천리를 가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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