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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풀뿌리문화- 樂! “미칠 수 있어 행복해요~”..
사회

풀뿌리문화- 樂! “미칠 수 있어 행복해요~”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3/20 00:00 수정 2007.03.20 00:00
즐겁게 풍물에 미친 이들,
연희패 두드락 사비악 국악예술단

“미치려면(及) 미쳐라(狂)! 지켜보는 이에게 광기로 비칠 만큼 정신의 뼈대를 하얗게 세우고, 미친 듯이 몰두하지 않고는 결코 남들보다 우뚝한 보람을 나타낼 수가 없다”
‘미쳐야 미친다’의 저자 정민의 말이다.
하지만 광기로 비칠 만큼 미치지 않아도 아주 살짝만 미쳐도 인생은 더없이 즐거워진다. 미칠 수 있어 즐겁고 같이 미칠 수 있어 더 행복하다는 연희패 두드락 사비악 국악예술단을 만났다
.

북과 장구, 꽹과리만 있으면 길바닥에 주저앉아 공연을 해도 흥이 났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우리만 이렇게 즐거울 것이 아니라 모두와 함께 즐기자’
세상은 살짝 미쳐야만 즐겁다는 말처럼, 내가 미치면 보는 이가 흥겹고 보는 이가 흥겨우면 너와 내가 있는 이 시간과 공간이 즐거운 추억으로 자리 잡는다. 내가 가진 흥을 나눠주면서 봉사를 하는, 아니 오히려 내가 봉사를 받고 있다는 단원들. 연희패 두드락 사비악 국악예술단(대표 손수득)이다.

“봉사가 아닌 한바탕 어울림”

“함께 미칠 때 아픔도 치료되고 세상도 즐거워지죠. 내가 잘하는 국악으로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데요” 이주연(39. 기획실장)씨의 말이다.

올해로 5살이 되는 예술단은 매달 셋째 일요일이 되면 오전부터 중앙동 길거리 쓰레기 줍기를 하고 오후에는 감사의 집과 애육원을 방문해 무료공연을 선보인다.

지난해 6월에는 자원봉사센터에서 우수자원봉사단체로 선정돼 지원금도 받았다. 하지만 그 마저도 모두 털어 무궁애 학원에 악기를 사주고 무궁애 풍물패를 만들었다. 풍물 수업을 받는 20명의 장애우들은 비록 손과 발이 제대로 따라주지는 않지만 그 흥만큼은 어느 누구 못지않게 강하다고. 단원들은 이들을 가르치고 있노라면 절로 힘이 나서 시간가는 줄 모른단다. 하지만 단원들의 욕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풍물패를 만든데 그치지 않고 더 연습해 다가오는 12월 정기공연 때 함께 무대에 서는 게 최종목표다.

“아이들이 국악의 미래죠”

여느 예술단과 달리 두드락 사비악 국악 예술단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어우러져 흥을 나누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야 국악의 미래가 있다는 일념으로 예술단 회원들이 초·중학생 8명을 모아 리틀 사비악 청소년 예술단을 만든 것. 나이는 어리지만 열정만큼은 어른 못지않다는 청소년 예술단 단원들. 얼굴에는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하지만 북채를 다룰 때 눈빛은 날이 선 듯 날카롭다.

이제 초등학교 최고참이 됐다며 환하게 웃는 차병주(13) 학생은 “처음에는 누나를 따라서 왔는데 봉산탈춤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나와요. 또 친구들이 공연하는 거 보고 얼마나 부러워하는데요”라며 배시시 웃는다.

장구와 북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이지은(15) 학생은 올해로 3년차가 되는 베테랑이다. 어머니를 따라 장구를 치러왔다가 점점 민요가 좋고 난타가 좋아 눌러앉게 됐다며 웃는 지은이. 그 솜씨 때문에 학교에서는 이미 스타다.

이렇게 국악에 심취해있는 리틀 사비악 청소년 예술단원들 때문에 국악의 미래가 밝아진다.
두드락 사비악 단원들에게는 작은 소망이자 다짐이 있다. 양산바닥에 깊게 뿌리를 내려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 고향에서 우리 것의 맥을 이어가는 후학들의 길을 앞서 닦아놓는 것.

소박한 꿈이라며 수줍어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지니고 옮기는 내 발걸음이 뒷사람의 길잡이가 되는 것을 생각하면 어찌 소박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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