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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꼬라지 하고는
사회

...꼬라지 하고는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3/27 00:00 수정 2007.03.27 00:00

공무원 부적격자 퇴출바람이 거세게 번지고 있다.
지난 1월 울산시 정기인사 때, 실국장이 직접 부서에서 필요한 인원의 3배수를 추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한 차례도 추천받지 못한 5급 1명과 6급 3명의 직원을 총무과 소속으로 발령해 일선업무에서 손을 떼게 했다. 이른바 ‘시정지원단’으로의 발령이라는 작은 ‘인사실험’이 지금, 전국 곳곳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 ‘공무원 3% 퇴출제’를 비롯, ‘능력과 성과중심의 차별화된 인사관리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사풀제’, ‘창의성과 시스템’, ‘공직 적응력 향상 프로그램’, ‘삼진 아웃제’에 이르기까지 지자체 별 ‘퇴출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양산과 가까운 부산광역시의 경우, 온정주의와 무사안일, 도덕적 해이, 연공서열형 인사 등 공직사회의 관행을 깨고 공직 부적격자 특별관리(비위공무원심사), 직무성과 계약제 4급 이상에서 전 직급 확대, 하위직급 실국장 인사추천제, 근무시간 탄력제, 600여명 정원 감축 등 강력한 ‘조직혁신 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2009년까지 부산시와 16개 자치구군의 총액 인건비 대비 4%를 절감할 경우 총 500억원의 예산이 절감되며 3년간 부산시 전체 공무원 1만4천여명(부산시 4천1백여명, 구군1만여명)가운데 600여명의 공무원 정원이 감축된다.

부산시는 또 ‘시고위공무원단’제도를 도입해 2,3급(국장) 이상 고위 공무원들이 계급은 유지하더라도 보직은 계급 적용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에 대한 충원도 개방형 10%, 내부공모 20%, 내부심사 70% 비율로 충원할 계획이다.

이번 ‘퇴출바람’은 공무원사회 뿐 아니다. 교수사회의 ‘철밥통’에도 금이 가고 있다. 학문적 자존심, 논문표절시비 뿐 아니라 교수 채용과정에서도 비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대학원생들도 개혁을 외치고 있다. 노예제나 다름없는 지도교수제, 논문 심사, 학위수여 등 폐단이 많아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다.

이에 전북대는 ‘연구진실성위원회’라는 상설기구와 연구관련 부정행위를 조사하는 ‘논문감찰기구’를 설치하고 일정 기간 안에 승진하지 못하면 퇴출되는 ‘직급정년제’까지 도입했다. 서울대는 조교수와 부교수의 승진 및 정년 심사를 동료교수가 아닌 국내외 석학들에게 맡겼다. 서열이나 파벌에 따른 정실 심사를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게다가 8년 안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교수직에서 자동 퇴출된다. 동국대는 연봉제를 전면 도입해 교수 급여수준을 상위 5개 대학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대신 공정한 임금체계를 구축하고 성과급 차등제를 도입해 같은 직급 내에서도 연봉차이가 최고 1천만 원 이상 나게 된다.

학원에 시장논리를 적용한 셈이다. 한국외대는 학술진흥재단이 인정하는 학술지에 2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하지 못하면 재임용하지 않는다. 진짜 ‘실력 있는 교수’만 남겨놓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중앙정부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행정자치부 박명재 장관이 확대간부회의 자리에서 “각급 지자체에서 무능 공무원을 퇴출시키는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고 전제하며 “퇴출제가 추세라면 행자부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준비해야 된다”고 말해 ‘무능 공무원 퇴출’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야말로 지금 대한민국은 ‘무능 공무원 퇴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퇴출의 외딴섬, 무풍지대(無風地帶)도 존재한다. 창원시의 박완수 시장은 “서울시와 같은 할당제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일 열심히 하는데 왜... 퇴출을 위한 퇴출은 안된다”는 신념이 확고하다. 김종간 김해시장 또한 확신파다.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김해시의 경우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며 강제퇴출에 대해 걱정 말고 열심히 일하라며 격려했다.

이런 와중에 4월 1일자로 행정기구 개편에 따른 양산시의 공무원 대규모 인사가 단행됐다.
양산시는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 공무원 퇴출반대 16.8%에 비해 찬성이 63.8%로 압도적 지지를 보였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번 전국적인 ‘인사실험’이 결코 한 때의 이벤트나 지나가는 바람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양산시의 공무원사회도 상시적인 경쟁의 원리가 도입돼야 한다. 엄격한 평가를 통해 무능한 공무원을 솎아내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양산시민은 세금 낸 만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얼마 전 MBC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 “환상의 커플”이 종영됐다. 여주인공 한예슬이 자주 쓰던 시니컬한 “...꼬라지 하고는”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번 양산시의 공무원 인사과정을 보면서 여주인공의 멘트가 자꾸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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