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숲에 들어갔다가 분리된 또 다른 ‘나’들을 만나는 대목이 특히 기억에 남네.”
“맞아. 내게도 일곱 권 중에서 그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어. 거기 바로 앞에 삶을 기억과 관련시키는 부분이 있잖아. 나란 어떻게 생각하면 지금까지의 ‘기억 덩어리’라 해도 될 거야. 내게 남아 있는 기억과 나와 관계 맺고 있는 다른 대상의 나에 대한 기억이 곧 ‘나’라고 해도 될 거야.”‘영원의 숲’은 ‘드래곤 로드(용의 왕)’가 인간 영웅과의 전쟁에서 패한 후 은거한(봉인된) 곳이다. 신성한 공간이기 때문에 어떤 존재의 출입도 금지되어 있다. 이 금지된 공간에 들어 간 사람들은 사라진다. 숲 속에서 사라지거나 숲에서 무사히 나왔다고 하더라도 사라진다.《영원의 숲에 들어갔다가 돌아온 남자가 있습니다. 그에겐 사랑하는 애인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죠. 별로 달라진 것도 느끼지 못하지만 어느샌가 서서히 기억들이 사라져갑니다. 그저 사소한 추억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다가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이 차츰 더 심해지기 시작합니다.》《그의 생일은 언제더라? 뭘 좋아하더라? 첫 만남은 언제였지? 그리고 다른 중요한 일들이 그녀의 앞을 막습니다. 매일 만나지던 것이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어듭니다. 그러다가 완전히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 사람이 누구였지?> 이렇게까지 되어버립니다. 그 남자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심지어 그 자신까지도!》《예! 그렇습니다. 그 자신도 자신을 잊어갑니다. 차츰 주위의 사람들을 잊어가게 되고, 끝내 자신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게 되고, 자기가 존재하는 것인지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아무도 그를 모르고, 심지어 그 자신도 그를 모르는데 어떻게 존재하는 사람이 됩니까?》《잠깐, 이상한데요. 그렇게 아무도 모른다면 그가 사라졌다는 것은 어떻게 안다는 말입니까?》《기록은 없어지지 않으니까요.》《시간 아래 영원한 것은 없어요. 우리가 죽고 나서 100년 쯤 지나고 나면 우리에 대한 기억은 아무에게도 남아 있지 않아요. 그렇다면 현재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습니다.》 大地山河是我家(대지산하시아가) / 更於何處覓鄕家(갱어하처멱향가) / 見山忘道狂迷客(견산망도광미객) /終日行行不到家(종일행행부도가)
넓은 땅 산과 강이 다 내 집이건만 / 또 어디 가서 고향집 찾으려 하나 / 산만 보고 길 잊은 혼미한 미친 나그네 / 종일토록 가고 가도 집에 닿지 못 하네
逍遙大師의 詩내가 닿을 집은 어디일까. 나는 어떤 <영원의 숲>을 지나 온 것일까. 그 <숲>을 지나기 전 나는 누구였을까.문학철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