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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풀뿌리문화-아름다운 욕심쟁이들의 푸른 멜로디..
사회

풀뿌리문화-아름다운 욕심쟁이들의 푸른 멜로디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3/27 00:00 수정 2007.03.27 00:00
지역 음악학원원장들의 모임‘청라합창단’

“오 내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순결하고 그대처럼 강인하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
매주 목요일 저녁 8시면 목련화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로 양산의 밤하늘을 푸르게 수놓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역 음악학원 원장 30여명이 모여서 꾸린 청라합창단이다.

청라합창단은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곳이 아니다. ‘음악’이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서로 격려하며 자기계발을 하고 학원운영의 어려움도 털어놓고 좋은 교육방법도 공유하는 욕심쟁이들의 모임이다.

“우리도 학생이랍니다”

선생님들이라고 해도 모이면 여느 학생들과 다를 바가 없나보다. 일주일동안 못 봤을 뿐인데 다시 보는 얼굴이 반가워 수다가 그칠 줄 모른다. 결국에는 지휘자 선생님의 한바탕 호령 뒤에야 연습을 시작한다.

“소리에도 길이 있습니다. 어느 길로 어떤 소리를 보낼 것인가. 이런 고민이 음악을 더 풍성하게 합니다”

최경호 지휘자의 말에 회원들의 귀가 쫑긋하게 선다. 학원에서는 아이들을 엄격하게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여기서는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애쓰는 공부벌레들로 변한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처럼 자기계발에 최선을 다하는 회원들 모습에서 열정이 느껴진다.

음악학원 원장들의 모임이니 그 노래솜씨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나 이들은 연습시간이 부족해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며 귀여운 불평을 늘어놓는다. 회원들이 모두 학원을 운영하다보니 시간내기가 쉽지 않아 매주 2시간 정도 밖에 연습을 하지 못한다고.

다독(多讀), 다서(多書), 다상량(多商量)이라고 했던가. 청라합창단은 다청(多聽), 다창(多唱), 다상량(多商量)이 노래의 시작과 끝이라고 말한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노력하는 이들. 진정 아름다운 욕심쟁이들이다.

푸른 음색 세계로 뻗어라

요즘 청라합창단에는 경사가 생겼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올해로 6번째 개최하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울산중구여성합창단을 비롯해 전국 80여개 팀과 함께 프린지 공연을 선보였던 것.

프린지 공연은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공식공연 외에 각 지역음악단체들이 참가해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는 것으로, 그동안 갈고 닦은 합창단의 실력을 세계무대에 선보일 기회가 찾아왔던 것이다.

여러 나라에서 방문하는 만큼 우리나라를 잘 알릴 수 있는 노래들을 선곡했다. 가곡 ‘목련화’와 ‘그리운 금강산’을 비롯해 누구나 들으면 흥이 나는 ‘화개장터’와 ‘최진사 댁 셋째딸’등 총 6곡을 준비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지난 24일 통영시 열반교회에서 고대하던 공연을 가진 합창단은 노력한 만큼 기량을 뽐내지 못해서 아쉽단다.  프린지 공연이 통영시 전체에서 이뤄지다보니 관람객들이 생각보다 적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프린지 공연에서 우승을 하면 캐나다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단원들은 이번에는 참가에 의의를 둔다고 몸을 낮춘다. 하지만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출 수 없는 열정은 이들이 기어코 사고(?)를 칠 것이라고 말한다.

청라. 푸른 담쟁이 덩굴이다. 여기에는 한번 뿌리를 내리면 담장을 온통 푸르게 뒤덮어버리는 담쟁이덩굴처럼 청라합창단만의 목소리로 양산 하늘을 뒤덮어보겠다는 힘찬 포부가 담겨있다. 바이올린 선을 꼼꼼하게 조율하듯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앞으로 나가고자 노력하는 단원들의 모습에서 양산 하늘이 언제나 푸르를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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