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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짬뽕시대
사회

짬뽕시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07/04/03 00:00 수정 2007.04.03 00:00

우리의 눈치는 흔한 것에 둔감하고 희귀한 것에 민감한 듯하다. 그래서 경제의 핵심가치를 희소성에 두게 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예민한 ‘감’과 무관하게 세상의 흔한 것들이 이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해 초, 국민은행 본점에 ‘금융공학부’가 신설됐다. 이 부서 근무자를 ‘퀀트’라 부르는데 ‘퀀티테이티브(quantitative)’에서 나온 말이다. 금융파생상품의 수익구조를 결정하고 위험도를 조절하는 금융맨을 뜻한다. 전통적으로 대출이자와 수수료에 의존해 온 은행들의 눈에는 파격으로 보였다. 그러나 금융과 공학적 시스템이 만난 금융공학부는 이제 국민은행의 떠오르는 별이다.  

또한 ‘컨버전스’는 IT뿐 아니라 여타 산업으로 확산되어 IT·BT, NT간 컨버전스를 통해, 자동차, 금융, 문화, 섬유, 건축 등에서도 IT기술을 활용하여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하고 있다. 즉 다기능 내비게이션 복합 생활문화공간 등 소비자들에게 시간절약, 편리함, 즐거움 등을 제공하는 컨버전스 상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마쓰시다는 지난해, 침대를 플랫폼으로 한 ‘쾌면시스템’을 개발, 호텔 등 업무용 시장에 출시하여 호평을 받았다. 필립스사는 거울에 디스플레이를 내장해 뉴스, 증권정보 등을 제공한다. 토토사는 변기를 플랫폼으로 하여 혈압과 체지방 측정 소변샘플분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MIT미디어랩 이사장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는 “여러 기능을 하나의 기기에 합치다보니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평가 할 만큼 ‘짬뽕속도’는 빠르다.

학문간, 학제간 짬뽕은 이미 상식이 되었다. 생물학과 공학이 만나 생명공학을, 매크로한 천문학과 마이크로한 물리학이 만나 천체물리학을, 물리학과 생물학이 만나 분자생물학 등등.
음식도 ‘퓨전’이다. 짬뽕이라면 천박하게 느껴지고 퓨전이라면 약간 멋있게 느껴지겠지만 여하튼 원리는 ‘짬뽕’이다. 뒤섞임이다. 비빔밥이다. 여기에다 시간(time)이 첨가되면 삭임이 된다. 김치가 된다. 이것을 우리 고유의 간장 된장 고추장에 숨겨져 있는 우리의 ‘문화DNA’을 상품화하자는 바람도 거세다.

이런 ‘짬뽕의 흐름’은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어떤 직장이든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한다. 히딩크감독이 월드컵 4강 신화로 멀티형 인간형을 모델로 제시했고 또 적중했다. 융합형 인재,전구형 인재, 퓨전 인재, 멀티태스킹 인재 등등.

지식 또한 같은 원리이다. 융합지식, 짬뽕지식의 상품은 분명 그렇지 않은 제품들보다 더 잘 팔린다. 가령 실력있는 내과전문의가 병도 잘 고치면서 친절하기까지 하다면 환자들은 어느 병원을 찾겠는가. 과거 의사이던 사람이 변호사로 전업했다면 의료분쟁의 승소율은 분명 높을 것이다. 당연히 융합지식을 가진 짬뽕형 인재들의 몸값은 단순 지식의 ‘낱개형 인재’보다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부가가치형 ‘짬뽕형 지식’, ‘짬뽕형 인재’가 될 수 있을까. ‘짬뽕지식’이란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둘 다 완전 통달해야 가능하게 된다. 두세 종류의 지식을 한 인간이 완전 습득할 수 있을까? 물론 개연성은 있다. 그리고 융합지식을 획득하는 데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몇몇 탁월한 인재, 천재성이 부각되면서 사회적 위화감도 생길 것이다. 또한 사회적 고용효과의 측면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융합 지식이 사회 전반에 주는 혜택은 매우 클 것이라고 믿는다.

바야흐로 짬뽕시대다.‘짭뽕형 인재’가 서로 소통하는 ‘짭뽕형 사회’를 형성하면 되겠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7차 교육과정은 한마디로 ‘전문인’을 길러내는 교육프로그램이다. 한마디로 손톱만한 칩 하나가 자동차 천대보다 낫다는 발상, 똑똑한 천재 한명이 천명을 먹여 살린다는 생각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전에는 ‘전인적 교육과정’이라 하여 통합형 인재를 요구했다.

여기에 힌트가 있다. 이 둘이 만나서 섞이고 짬뽕되면 되는 것이다. 실력 있는 전문브레인들이 만나고 두세 종류의 지식이 합하여 전에 없던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한 사람의 두뇌가 두세 종류의 전문지식으로 무장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두 세 사람의 두뇌가 한 가지 짬뽕을 만들기는 쉽다. 두 사람의 머리, 세 사람의 머리가 합해져야 하는 시대가 올 수밖에 없다. 맛있는 짬뽕시대의 대전제는 ‘열림’이다. 서로에게 열려야 산다. 그래야 서로의 두뇌가 소통된다.

웅상출장소 개청식이 지난 2일 있었다. 지방자치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 자치의 꽃은 ‘인사’에도 피어난다. 인사란 인재의 적재적소의 배치와 그 열린 소통으로 부가가치를 업그레이드하는 일이겠다. 아직 늦지 않았다. 잘못된 배열이 있었다면 ‘열림’으로 커버하면 된다. 양산시민은 그야말로 맛있는 짬뽕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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